2023 새만금 세계잼버리 현장에서 온열질환자가 잇따라 발생하는 데에는 여름철 새만금의 환경과 기후에 대한 대비가 미흡했던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폭염 대책으로 마련했던 덩굴 터널과 안개 분사 시설, 폭우 대비책인 배수로와 양수기 등으로는 원활한 캠핑을 이어가기에 역부족이라는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지난 5일 한덕수 국무총리는 잼버리 프레스 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세계스카우트연맹 등과 합의 하에 잼버리를 중단하지 않고 이어간다고 밝혔다. 개영일인 2일 이후 잼버리 현장에서는 누적 1000명 이상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하고 해충과 침수, 위생 등으로 인한 불편 사항도 계속해서 보고되고 있다. 예상보다 많은 환자가 발생하면서 잼버리 병원 등 의료시설은 포화상태인 데다 의료인력도 부족하다.
애초 잼버리 조직위원회 측은 그늘 한 점 없는 새만금 간척지에서 폭염이 이어질 경우에 대한 대책으로 7.4㎞의 ‘덩굴 터널’, 그늘 쉼터 1720개소, 체온을 낮출 수 있는 57개의 안개 분사 시설을 운영한다고 밝힌 바 있다. 덩굴 터널은 전체 길이를 합하면 7.4㎞에 달하는 철제 터널로, 터널 구조물 양 쪽에 덩굴 식물을 심어 그늘을 조성한다는 계획이었다.
조직위 측은 식생 연구 자료 등을 바탕으로 덩굴 식물을 심고, 이 식물이 철제 구조물을 타고 올라 풍성하게 자라 시원한 그늘을 조성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식생 연구 환경과 새만금 간척지의 환경이 차이가 큰 탓에 식물이 계획처럼 자라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식물이 자라지 못한 터널 위쪽 부분에는 차양막을 설치한 채로 잼버리가 개영하게 되면서 충분한 그늘을 제공해주지는 못하고 있다.
간척지의 특성상 그늘 한 점 없는 상태에서 폭염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조직위 측은 지난 4월 사전 프레스 투어에서 “새만금은 바닷가에 위치해 있어 바람이 시원하게 불기 때문에 그늘만 조성되면 시원함을 느낄 수 있다”고 기자단에 설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 잼버리 영지에서는 35도 가까운 폭염이 지속되는 데다 바닷가에서 불어오는 습한 바람으로 인해 체감온도는 더욱 높고 숨이 턱 막히는 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침수 대책도 미흡했다. 지난 5월부터 7월까지 비가 내릴 때마다 새만금 영지에 물웅덩이가 생기는 침수 현상이 반복돼 왔다. 조직위 측은 침수 대책으로 영지 내외부 배수로 설치와 정비, 양수기를 통해 고인 물을 빼내는 방식 등을 실시해 왔다. 그러나 개영 일주일 전인 24일까지도 영지에 물웅덩이가 남아있었으며 개영 이후에도 물이 마르지 않아 대원들은 팔레트를 놓고 그 위에 텐트를 쳤다.
정부는 문제가 이어지자 각종 대책을 뒤늦게 내놓고 있다. 전날 총리실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잼버리 현장에 쿨링버스 104대를 추가 배치했으며, 국방부는 1124평 넓이의 그늘막, 캐노피 64동을 추가 설치했다. 또한 의사(28명), 간호사(18명), 응급구조사(13명) 등 총 60명의 의료 인력이 추가 투입됐으며, 세브란스병원·서울대병원 등 민간 의료계에서 의료인력을 지원할 방침이다. 한 총리는 “정부는 샤워·편의 시설 청결 유지를 위해 700명 이상의 서비스 인력을 투입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