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정책

개미 1.8조 투자…해외부동산 공모펀드도 '비상'

[54개 펀드 수익률 추락]

절반 이상 6개월 수익률 마이너스

다수 펀드 원금 손실 구간에 진입

일부 상품은 분배금 지급도 못해





해외 부동산 펀드가 금융시장의 뇌관으로 지목되는 가운데 개인들의 자금이 들어간 공모펀드도 2조 원에 육박해 손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융회사들이 4~6년 전 앞다퉈 투자했던 미국과 유럽 상업용 부동산에 자금이 묶이면서 다수 펀드가 원금 손실 구간에 진입했기 때문이다.



6일 KG제로인에 따르면 2일 기준 54개의 해외 부동산 공모펀드 중 절반이 넘는 28개 펀드의 최근 6개월(2월~7월)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펀드 설정 이후 이달 초까지 누적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는 곳도 8개에 달했다.

특히 유럽 오피스에 투자한 펀드들의 최근 수익률이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투자벨기에코어오피스부동산2(파생)’은 최근 6개월 동안 31% 하락해 54개 공모펀드 중 수익률 꼴찌를 기록했다. 설정 후 기준으로도 -14.2%를 나타내고 있다.

2019년 한투리얼에셋운용이 판매한 이 펀드는 벨기에 정부가 임차하는 건물(The Toison d’Or’)의 99년 장기 임차권에 투자했다. 임차인이 정부 기관이어서 안정적 수익이 기대됐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부동산 가치가 하락하며 빌딩 감정가도 떨어졌다. 한투리얼에셋은 당초 투자자에게 6개월마다 분배금을 지급하겠다는 계획이었지만 지난해 12월 분배금을 기존 6~7%대에서 2%로 줄였고 올해부터는 한 푼도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



‘이지스글로벌부동산 204 클래스A’ 펀드 역시 유럽 오피스에 투자한 상품으로 상황은 비슷하다. 2018년 설정 이후 올해 1월까지만 해도 누적 수익률 45.6%를 기록했지만 이후 6개월 수익률은 -13.57%로 급격하게 반락했다. 모집 사흘 만에 완판되며 인기를 끌었던 상품이 5년 사이 상황이 완전 뒤바뀐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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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펀드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위치한 글로벌 식품 기업 네슬레 본사 사옥에 투자해 임대수익을 배당하는 구조다. 네슬레의 잔여 임차 계약이 9.6년인 데 반해 펀드 만기는 5년이라 안정적 배당수익과 함께 자산가치 상승에 따른 매각 차익도 기대했다. 하지만 유럽중앙은행(ECB)이 최근 1년 새 기준금리를 4.25%까지 끌어올리며 해당 펀드의 보유 지분에 대한 공정가치가 하락했다.

또 ‘KB미국데이터센터인프라리츠부동산자(재간접)(H) C-F’ ‘대신글로벌리츠부동산자(H)[리츠-재간접]종류 C-Pe’ ‘미래에셋글로벌리츠부동산자(리츠-재간접) 클래스S’ 등도 최근 6개월 수익률이 각각 -6.09%, -5.67%, -5.36%를 기록했다.

해외 부동산 펀드의 운명을 가른 것은 코로나19 팬데믹이다. 저금리 시대 국내 대형 증권사들이 해외 부동산에 경쟁적으로 투자를 늘린 상황에서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재택근무가 일상화됐고 이는 상업용 오피스의 공실률 상승과 빌딩 가치 하락으로 이어졌다.

미국 부동산 시장조사 업체 CBRE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 지역 상업용 오피스의 6월 말 공실률은 31.6%로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사실상 3분의 1이 비어 있는 셈이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가파르게 진행된 기준금리 인상은 이자 부담과 함께 리파이낸싱(재융자)에도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앞선 펀드들과 같은 시기 설정된 해외 부동산 펀드지만 금리 인상 직전 부동산 매각에 나섰던 ‘키움히어로즈미국물류포트폴리오부동산 1[재간접]’이나 ‘하나대체투자미국LA부동산 1 클래스A’의 설정 후 수익률은 400~500%에 달한다.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 관계자는 “금리 인상이 예고돼 있어 시기를 놓치면 자금이 장기간 묶일 가능성이 있고 공모펀드다 보니 때를 놓치면 상황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판단에 2021년 매각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해외 부동산 펀드 중 공모펀드가 차지하는 비중이 적기는 하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공모펀드 설정액은 1조 8470억 원으로 사모를 포함한 전체 74조 6000억 원의 2.5% 수준이다. 문제는 부동산 펀드 특성상 자산가치가 하락하면 만기 연장이나 추가 자본 확충이 필요한데 다수의 개인투자자가 모인 공모펀드는 의견을 모으는 과정이 쉽지 않아 손실 가능성이 더 높다는 점이다.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감정가가 하락하면서 대주단은 투자자들에게 자본 확충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지만 펀드가 추가 자본 투입이 쉽지 않은 일반 투자자라면 선순위인 대주단이 담보 실행으로 오피스 자산을 헐값에 매도할 수 있다”며 “결국 공모펀드 투자자들은 큰 손실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송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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