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규 KB금융 회장이 6일 차기 회장 1차 후보자 명단(쇼트리스트) 발표 전 용퇴 의사를 밝힌 것은 불필요한 잡음이 발생하는 것을 사전에 막기 위한 결단이라는 분석이다. 정부와 금융 당국이 금융그룹의 지배구조와 경영 승계 방식에 부정적 시각을 갖고 있는 만큼 그의 연임 도전 자체가 외부에 좋지 않게 비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1955년생인 윤 회장이 한 차례 더 연임할 경우 현재 금융권에서 진행하고 있는 세대 교체 움직임에서 KB금융이 뒤처지는 것으로 인식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윤 회장은 2014년 11월 KB금융지주 회장으로 취임한 이후 2017년과 2020년에 잇달아 연임에 성공하면서 9년째 KB금융그룹을 이끌고 있다. 국민은행 주전산기 교체 문제를 놓고 당시 임영록 회장과 이건호 행장이 갈등을 빚으며 동시 사퇴하는 사태를 겪은 뒤 회장직을 맡은 그는 은행장까지 겸직하며 혼란을 수습하는 데 전력을 기울였다. 이후 핵심 비즈니스 경쟁력 강화와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현재 ‘리딩 금융그룹’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윤 회장은 2015년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을 시작으로 현대증권·푸르덴셜생명 등의 인수를 주도했으며 그 결과 국내 금융그룹 가운데 은행과 비은행 사업의 포트폴리오를 가장 균형 있게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비은행 사업을 강화하면서 KB금융은 2017년 그룹 역사상 처음으로 3조 원대 순이익을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 4조 1217억 원을 달성해 2년 연속 4조 원대 당기순이익을 달성했다. 특히 올해는 상반기에만 3조 원에 육박하는 순이익을 거두며 다른 금융지주들을 압도하고 있다. 실적 면에서 큰 성과를 거두면서 윤 회장은 세 번째 임기 들어서는 이해관계자들과의 ‘상생’에 방점이 찍힌 경영을 추구하며 고객 중심 경영과 주주 환원 정책, ESG 경영 및 사회 공헌 사업 등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했다.
성과 측면에서는 윤 회장이 연임에 도전해도 큰 무리가 없어 보이지만 금융권에서는 윤 회장이 차기 회장직 도전 여부를 놓고 상당히 고심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신한금융그룹의 조용병 전 회장이 세대 교체 명분으로 용퇴를 결정한 데다 금융 당국과 정부 역시 금융그룹 회장들의 연임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왔기 때문이다. 1955년생인 윤 회장은 4대 금융지주 회장 중에서 연배가 가장 높다. 또 “KB금융그룹의 지배구조가 가장 모범적”이라는 금융 감독 당국 수장의 언급 역시 오히려 윤 회장에게는 부담으로 느껴졌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윤 회장이 용퇴를 결정하게 됨에 따라 당장 8일 발표되는 1차 회장 후보자 명단과 이달 29일 예정된 2차 회장 후보자 3인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지게 됐다. 현재 KB금융 차기 회장 후보군에는 허인·이동철·양종희 KB금융 부회장 3인과 이재근 KB국민은행장과 박정림 KB증권 사장 등이 언급되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유력하게 거론되는 부회장 3인 모두 뚜렷한 성과를 보였던 인물”이라며 “어떤 외부 인사가 후보에 포함될지도 관심”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