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뇌사자가 기증한 신장, 로봇이식수술 어렵다더니…국내 첫 성공 사례 나왔다

은평성모병원, 생체 신장이식수술에 국내 첫 적용 성공

"뇌사자 공여 이식에도 최소침습수술 활성화 계기될 것"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 장기이식병원 의료진들이 로봇 신장이식수술을 받은 환자 A씨와 기념촬영을 했다. 사진 제공=은평성모병원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 장기이식병원 의료진들이 로봇 신장이식수술을 받은 환자 A씨와 기념촬영을 했다. 사진 제공=은평성모병원




뇌사자가 기증한 신장을 로봇으로 이식하는 수술의 국내 첫 성공 사례가 나왔다.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은 원인 불명의 만성 사구체신염을 진단 받고 9년째 혈액 투석을 받아온 A(50·여)씨가 최근 로봇수술로 뇌사자의 신장을 이식받고 12일 만에 회복해 퇴원했다고 7일 밝혔다.



전신마취 후 환자 배를 직접 갈라 진행하는 개복 수술을 통해 신장을 이식하면 일반적으로 20cm 상당의 절개창을 내야 한다. 따라서 수술 후 환자의 통증이 심하고 회복이 더딜 뿐 아니라 흉터가 크게 남았다. 반면 로봇으로 신장 이식수술을 진행할 경우 10배 이상 확대된 시야와 자유롭게 움직이는 로봇 관절을 활용해 혈관, 요관 등을 세밀하게 확인하며 수술을 진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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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절개 부위를 최소화할 수 있어 환자의 통증과 흉터, 수술 합병증을 줄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다만 국내에서는 살아있는 공여자로부터 신장을 기증 받는 ‘생체 공여’ 사례에서만 로봇수술이 시행됐다. 장기를 이식하려면 당사자 간 이식 조건이 맞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중요한데 뇌사자 공여 이식의 경우 사전 검사 등 준비가 어렵고 빨리 대상을 선정해 수술해야 하기 때문이다.

황정기 은평성모병원 혈관이식외과 교수팀은 A씨의 하복부에 약 6cm 크기의 최소 절개창을 내고 로봇 팔을 이용해 복강 내로 기증자의 신장을 넣은 다음 1cm 내외의 작은 구멍 4개를 통해 혈관을 문합하는 데 성공했다. 이 모든 과정은 5시간에 걸쳐 이뤄졌다. 신췌장이식팀이 2019년 개원 이후부터 로봇 신장이식 분야에서 경험이 많은 국내외 의료기관과 교류하며 역량을 쌓아온 데다 혈관이식외과, 신장내과, 로봇수술센터, 마취통증의학과, 장기이식병원 운영팀 등과 체계적인 협진을 통해 환자의 상태를 면밀하게 관찰하며 철저하게 수술 계획을 수립한 덕분에 가능했다.

은평성모병원은 장기기증 문화 및 이식 활성화를 위해 2021년 ‘김수환 추기경 기념’ 장기이식병원을 오픈하고 고난도 이식을 활발히 시행하고 있다. 올해 7월 기준 누적 2200건을 넘어섰고 최신 로봇수술기 다빈치Xi를 추가 도입하며 로봇수술 역량을 한층 강화했다.

황 교수는 “국내 신장이식의 40% 정도가 뇌사자 공여 장기로 시행된다. 뇌사 공여자와 수혜자의 혈관상태에 따라 국내 의료 환경에서도 뇌사자 공여 로봇 신장이식이 가능함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이번 수술이 뇌사자 공여 이식 최소침습수술 활성화의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안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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