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울그룹의 대북송금 혐의 등을 받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재판이 변호사 선임 등 문제로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최근 재판정에서 초유의 ‘부부 싸움’이 발생한 데 이어 변호인·검사 측 사이에 고성이 오가는 등 점입가경의 상황이 벌어졌다.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신진우) 심리로 8일 열린 이 전 부지사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뇌물) 등 혐의 공판이 변호사·검사 간 충돌로 공전했다. 이날 재판에는 이 전 부지사의 아내가 해임 의견을 밝힌 법무법인 해광 대신 법무법인 덕수의 김태형 변호사가 출석했다. 김 변호사는 예정된 재판을 진행하겠다고 밝혔으나 이 전 부지사는 해광 측 변호인이 출석한 이후 재판을 진행하고 싶다며 거절했다.
검찰 측은 “피고인이 국선변호인을 통해서라도 다음 재판을 진행할 수 있도록 조치해달라”고 주장했다. 이에 김 변호사는 “멀쩡하게 나온 변호사를 두고 국선변호인을 운운하는 것은 변호권에 대한 심각한 침해”라며 “(나를) 유령 취급하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피고인으로부터 검찰의 회유와 협박이 있었다는 진술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검찰 측이 “피고인의 입장인지 확인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하자 “당신이 변호사냐”고 분개했다. 검찰이 “검사한테 당신이라고 하는 게 맞냐”고 변호인 측에 따지며 재판장은 한때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재판 절차 진행에 대해서도 이 전 부지사와 의견이 갈린 김 변호사는 10분간 휴정 기회를 얻고 논의했지만 결국 합의하지 못하며 재판은 파행했다. 김 변호사는 “피고인이 (법무법인 해광) 해임하지 않겠다고 하는 상황”이라며 “더 이상 변호인 조력을 할 수 있는 여력이 없어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재판 중 자리를 박차고 나간 김 변호사는 이날 재판부 기피신청서와 증거의견서도 제출했지만 이 전 부지사의 동의를 얻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모두 반려됐다. 변호인이 피고인의 의사를 확인하지 않고 기피신청서와 증거의견서를 제시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연일 재판이 파행되자 검찰은 불만을 드러냈다. 검찰 측은 “피고인이 의도적으로 재판을 지연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사건의 실체적 진실에 다가갈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다음 재판은 이달 22일에 진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