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는 일반적으로 보수적 편향이 강한 편이다. ‘보수’라는 사전적 의미만 살펴보아도 ‘보전하여 지킨다’는 뜻이다. 새로움과 성장을 탐구하고 받아들이기보다 기존의 것을 지키고 유지하는 것에 목표를 두기 때문에 방어적 스탠스가 강할 수 밖에 없다. 다수의 경제학자가 올 해 세계 경제에 대해 ‘경기 침체’를 강조할 만큼 부정적 의견이 짙었던 것은 물가 안정과 동시에 경기 하강 압력이 커질 것으로 본 때문이다.
실제 글로벌 물동량 감소나 기업 실적이 둔화하는 등 경기 침체 신호는 뚜렷하게 확인됐다. 하지만 경제 주체가 통제하기 힘든 침체 국면으로 진입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산 시장에서는 전혀 다른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상반기 글로벌 주식시장의 상승 랠리에 대해 경기 침체가 선제적으로 반영됐다는 주장과 또 다른 거품이라는 주장이 대치하고 있다. 무엇이 올바른 분석인지 시시비비를 따지기 보다 현재 상황을 얼마나 수용해야 할지 진단하는 것이 더 중요해 보인다. 글로벌 주식시장에 확산된 공격적 투자 활동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주가 상승을 자극하는 촉매제가 어디에서 시작되는지를 찾아야 지금의 공격적 투자 활동을 이해할 수 있다. 만약 경기 저점을 통과하고 경기확장 국면에 진입한 상황이라면 국가 경제를 대표하고 전체 기업이익에서 투자 비중이 큰 산업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이 올바른 선택이다. 국내총생산(GDP) 관점의 경제 성장은 가계의 고용과 소득, 소비가 동시에 증가하는 것을 뜻하며 이런 경기확장 구간에서는 대표 산업 및 기업의 투자 매력이 가장 크다고 볼 수 있다.
현재 상황은 어떤가. 인플레이션 리스크를 잘 관리하며 소득 증가와 일자리 지키기에 성과를 내고 있다. 그런데 소비의 총량이 엄청나게 커졌다는 징후는 보이지 않고 있다. 조금 더 시간을 두고 본다면 소비도 개선될 수 있는 여지가 있지만, 증시를 주도하는 산업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즉 현재 시장 국면은 경기 확장에 앞서 인프라와 네트워크를 재정비하는 시간이며 경기를 자극하는 요소가 가계의 ‘소비’ 보다 기업의 ‘소비’, 즉 ‘투자’와 연관돼 있슴을 이해해야 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정상적 경제활동에 복귀한 것이 오래 되지 않았다. 정상화 이후 보복소비에 대해 많은 투자자가 주목했지만 간과한 것 중 하나는 기업의 ‘보복 투자’의 크기와 속도다. 기업은 팬데믹 시대에 자신들의 문제점을 스스로 진단하고 파악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서 같은 문제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변화와 변신을 멈춰서는 안된다는 것을 알고 이를 실천하고 있을 것이다.
투자자는 이러한 변화에서 새로운 성장을 발견하고 직접 투자에 반영해 나갈 것이다. 주식시장에서 보여지는 변화를 거품이나 ‘밈’(유행성 테마) 투자로 의미를 축소할 필요는 없다. 이 또한 시장의 특성이며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가는 과정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