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2년 5개월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해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이 가시화되는 양상이다. 생산자물가지수(PPI)도 10개월째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일본에서 2년 전 마지막으로 CPI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후 주요 20개국(G20) 중 처음으로 중국에서 ‘D(디플레이션)의 공포’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중국의 7월 CPI가 전년 동월 대비 -0.3%라고 밝혔다. 전망치(-0.4%)에 비해 0.1%포인트 높았지만 전월의 0.0%보다는 하락하며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중국의 월간 CPI는 올해 1월 2.1% 이후 4월(0.1%)까지 3개월 연속 하락했다. 5월 0.2%로 소폭 반등했으나 다시 내리막길을 걸었고 7월에는 2021년 2월(-0.2%) 이후 2년 5개월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나타냈다.
중국 물가지수 산정의 주요 품목인 돼지고기 가격 급락이 CPI 하락을 이끌었다. 돼지고기 가격은 1년 전보다 26%나 떨어졌다. 운송용 연료(-13.2%), 소고기(-4.8%), 신선 야채(-1.5%), 달걀(-0.5%) 등도 하락했다.
기업들이 생존 때문에 마진을 포기하더라도 판매를 위해 저가 공세에 나서면서 디플레이션 위험이 현실화하고 있다. 부동산 침체가 계속되고 수출입도 부진한 상태로 경제 성장 둔화가 지속되는 양상이다. 여기에 디플레이션 압박이 더해져 소비자물가 하락이 더욱 우려된다고 로이터통신은 지적했다. 중국 당국은 내수 촉진을 위해 가전제품·가구·자동차 등의 소비를 적극 유도하고 있으나 소비자들은 가격 하락 장기화를 예상해 지갑을 열지 않고 있다. 더욱 싼 가격을 기대하며 구매를 미루느라 경제활동은 더 위축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의 가격 인하가 이어지고 결국 기업의 매출과 이익이 감소해 투자·고용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일본이 수십 년 동안 겪은 장기 침체가 중국에서 지속될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경고했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의 로빈 싱 중국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이 확실하게 디플레이션에 빠졌다”며 “정책 당국과 통화 당국이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기간이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이 금리를 내려 경기 활성화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지만 이럴 경우 위안화 약세 등의 부작용이 우려돼 쉽지 않을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예상했다. 지방정부들도 재정 악화로 돈을 풀기가 쉽지 않다. 북부 일부 지역에서 최근 발생한 홍수로 복구 비용도 부담스럽다. 디플레이션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이날 발표된 PPI는 전년 동월 대비 4.4% 하락해 10개월 연속 떨어졌다. 전달(-5.4%)보다는 다소 회복됐지만 전망치 -4.1%에는 미치지 못했다. 중국의 월간 PPI는 지난해 10월 -1.3% 이후 10개월째 마이너스를 유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