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할 때 위험을 생각하고, 생각이 들면 대비하고, 대비하면 화를 면한다(居安思危 思則有備 有備無患·거안사위 사즉유비 유비무환).’
춘추시대에 진(晉)나라의 대신 위강이 왕 도공에게 조언해 후세에 널리 퍼진 고사성어다. 당시 진나라와 초(楚)나라는 중원의 패권을 놓고 다투었다. 도공은 초나라와 맞서기 전에 등 뒤 북방의 부족 융적(戎狄)을 토벌하려 했지만 위강이 말렸다. 융적을 치러 나간 사이 초나라가 쳐들어올 가능성이 있으니 차라리 융적을 잘 달래어 화친하자는 것이다. 도공이 이를 받아들였고 위강은 융적과 동맹을 맺는 데 성공했다. 이어 진나라는 두 강국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정(鄭)나라를 쳐서 항복시키고 위세를 떨쳤다. 도공이 정나라로부터 받은 사례품을 나눠주자 위강이 이 같은 말씀을 올렸다고 한다.
중국이 홍콩보안법 제정으로 ‘자유 홍콩’에 조종을 울린 후 자유민주주의 체제인 대만을 압박하는 전략을 노골화하고 있다. 현지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이달 들어 8일 오전 6시까지 대만군이 대만 주변 공역과 해역에서 포착한 중국 인민해방군 군용기와 군함은 각각 72대, 52척에 달했다. 중국 본토와 대만 사이에서 사실상 휴전선 역할을 하는 대만해협 중간선과 영공 침공 방지를 위한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을 제집 드나들 듯하고 있다. 군사 전문가들은 중국이 중국 군용기의 대만해협 중간선과 대만 ADIZ 침범을 ‘뉴노멀’로 만들고 특정 지역을 분쟁지대로 만들려는 ‘회색지대 전술’을 펴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했을 때는 중국이 대만 해상을 봉쇄하는 등 대규모 육해공 연합훈련을 벌였다.
중국이 과거에 비해 몇 배 규모의 무력시위를 하는 이유는 ‘하나의 중국 원칙’이나 ‘대만 독립 반대’에만 그치는 것이 아닐 것이다. 2022년 시작된 중국 공산당의 ‘두 번째 100년’의 목표인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 건설의 핵심이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통일’에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연임 장기 집권 체제를 만들고 당정 지도부를 모두 자신의 측근으로 채울 수 있었던 것도 이 같은 ‘중국몽(夢)’ 때문에 가능했다고 한다. 홍콩 사태를 본 대만인들의 마음이 중국으로부터 멀어지는 바람에 중국 지도부가 양안 평화 통일은 물 건너갔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무력 통일 시나리오는 20년 이상 준비됐다는 분석도 있다. 세계 최강의 미국과 전면전을 피하는 대신에 미국의 증원군이 오기 전에 대만 점령을 끝내려는 시도를 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국제사회에서는 중국의 대만 침공 예상 시기까지 거론된다. 대만 총통 선거와 미국 대선의 이듬해인 2025년, 인민해방군 건군 100주년이자 시 주석의 4연임이 결정되는 2027년, 중국 사회주의 현대화 실현의 목표 연대인 2035년 등 여러 갈래 가능성이 있다.
양안 전쟁은 한반도 안보와 직결될 수 있기 때문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주한 미군의 양안 전쟁 파견 가능성이 제기된다. 중국이 주한 미군의 발을 묶어두기 위해 사전에 북한에 적정 규모의 대남 도발을 요청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핵·미사일 고도화에 주력해온 북한이 양안 전쟁을 계기로 대형 도발을 시도할 수도 있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는 우리가 포기할 수 없는 가치가 됐다. 평화를 지키려면 전쟁에 대비하라는 로마시대의 금언을 되새겨야 한다. 6·25전쟁 당시와 같은 희생과 고통을 막으려면 동북아시아의 요동치는 정세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예상 가능한 모든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한다. 북한과 주변국의 도발에 휘둘리지 않고 대한민국의 주권과 영토를 지키려면 첨단 무기를 비롯한 압도적인 군사력을 갖추고 싸울 의지를 갖춰야 한다. 또 북한의 핵·미사일에 대한 확장 억제력을 강화하기 위해 한미 동맹을 튼튼히 하고 실전 훈련을 반복해야 할 것이다.
‘교활한 토끼는 숨을 3개의 굴을 파놓는다’는 교토삼굴(狡兎三窟)의 지혜를 발휘해야 할 때다. 대만의 첫 여성 부총통인 뤼슈롄 전 부총통은 최근 한국을 찾아 “1950년 한국전쟁의 발발로 중국이 대만 침공 계획을 포기해 대만을 구했다”며 한국과 대만·일본 등의 공조 필요성을 강조했다. 실제 중국·대만 전쟁 발발 가능성에 대해서는 엇갈린 전망이 나온다. 그래도 우리는 양안 전쟁 발발이 한반도에 파장을 미치는 최악의 상황까지 염두에 두고 ‘유비무환’의 자세로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