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상속세 내려 담보대출 7.6조, ‘가장 가혹한’ 세제 수술할 때다


올 들어 대기업 오너 일가가 상속세 등을 내기 위해 받은 주식담보대출이 7조 6000억 원을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기업 분석 연구소인 리더스인덱스가 이달 4일 기준 대기업 집단 중 총수가 있는 그룹 오너 일가의 주식담보 현황을 조사한 결과 36개 그룹에서 136명이 주식을 담보로 7조 6558억 원을 빌렸다. 1년 전(5조 4196억 원)보다 41.2%나 증가했다. 기업 오너 일가의 주식담보대출은 대부분 상속세 등 세금을 납부하기 위해서다.



기업 오너 일가의 주식담보대출이 급증하는 것은 세계 최고 수준인 상속세 탓이 크다. 우리나라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5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일본(55%) 다음으로 높다. 최대주주 할증을 더하면 일본보다도 높은 60%에 달한다. OECD 회원국 평균(15%)의 4배 수준이다. 한국의 상속세를 두고 ‘가장 가혹한 징벌세’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현행 상속세 최고세율은 2000년 세법 개정 이후 23년간 그대로다. 우리 경제 규모 및 소득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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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상속세로 인한 부작용도 심각하다. 가업 승계를 통한 기업의 지속 발전을 어렵게 한다. 국내 1위 밀폐용기 업체 락액락은 상속세 부담으로 지분을 외국 사모펀드 등에 넘겼다. 고 김정주 넥슨 회장의 유족들이 물려받은 지분을 상속세로 내면서 기획재정부가 넥슨의 2대 주주가 되는 일도 벌어졌다. 징벌적 수준의 상속세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대주주 입장에서는 주가가 오르면 상속세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주가 관리에 소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징벌적 상속세는 기업들의 상속세 부담을 덜어주는 세계적 추세와도 역행한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포르투갈·슬로바키아(2004년), 스웨덴(2005년), 체코(2014년) 등이 상속세를 폐지했다. OECD 회원국 중 15개국에는 상속세가 없다. 영국도 2025년 상속세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시대에 뒤떨어지고 세계적 흐름에도 맞지 않는 가혹한 상속세를 그대로 둘 수는 없다. 서둘러 세제를 수술해야 ‘100년 기업’을 만들고 경제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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