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년간 미국의 경제정책을 틀 지은 것은 ‘차이나 쇼크’였다. 세 명의 경제 전문가들이 2016년 공동으로 작성한 논문에 처음 등장한 이 용어는 중국과의 교역이 미국의 대대적인 탈산업화와 제조업 분야의 일자리 상실을 가져왔다는 광범위한 믿음을 반영한다.
차이나 쇼크가 처음에 생각했던 것만큼 강력한 것이었는지에 대한 논의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필자는 차이나 쇼크보다는 세계화 쇼크가 이 같은 현상을 아우르는 보다 적절한 용어라고 생각한다. 서방세계의 제조업 일자리는 중국, 혹은 새롭게 떠오르는 다른 시장으로 이동했다. 어떤 경우건 대다수의 경제 전문가는 차이나 쇼크가 15년 전에 이미 끝났다는 데 동의한다. 중국의 현 경제 상황이 예전과는 완전히 다름에도 불구하고 차이나 쇼크가 불러온 정치적 효과는 그대로 남아 있다.
지금의 중국 경제는 볼품없다. 지난 분기 중국 경제는 0.8% 성장하는 데 그쳤다. 이런 추세라면 중국 정부가 정한 올해 성장 목표를 달성하기 힘들다. 물가는 디플레이션 수준에 가깝다. 지난달 중국의 100대 개발 업체들의 신축 주택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33% 감소했다. 청년 실업률은 20% 선을 넘었고 관광업도 주저앉았다. 올 1분기에 여행사를 통해 중국을 방문한 해외 방문객의 수는 5만 2000명에 불과하다. 2019년 1분기의 370만 명과는 비교가 안 된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애덤 포즌 소장은 중국의 경기 둔화는 팬데믹, 혹은 우크라이나전과 같은 일회성 사건의 결과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보다는 정치와 공산당을 자유시장과 성장보다 우선시한 시진핑의 경제 전략으로 중국 경제가 호된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평가한다. 포즌 소장에 따르면 중국인들은 2015년 경제에 대한 정치적 개입이 늘어나자 지출에서 저축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는 “불확실성과 두려움에 직면한 가구와 소기업들은 유동성 투자보다 현금 비축을 선호하게 된다”고 설명한다.
포즌 소장은 중국의 경기 둔화를 베네수엘라·러시아·터키·헝가리 등지에서 봤던 패턴의 일부로 간주한다. 한동안 정부는 성장제일주의를 추구하며 시장 친화적인 정책에 올인한다. 일단 지도층의 권력이 공고해지면 경제에 대한 정치적 통제를 추구하거나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 문제가 있는 것으로 간주되는 기업들을 단속한다. 이렇게 되면 정치가 경제에 우선하고 성장은 둔화된다.
중국에 느끼는 미국인들의 두려움은 1980년대 말과 1990년대 초 일본의 경제 지배력에 대해 미국인들이 가졌던 두려움을 연상시킨다. 당시 절정에 도달한 일본 경제는 장기화된 둔화를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 뉴욕타임스의 폴 크루그먼 교수는 이들 두 나라를 비교하면서 중국은 일본이 걸었던 동일한 경로를 밟지 않을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일본보다 상황이 나빠질 것”이라는 얘기다. 당시 일본이 그랬듯 지금 중국의 경제는 약한 소비자 수요, 부동산 침체와 인구 노령화로 인해 불균형 상태다. 게다가 중국은 성장 둔화에서 비롯된 사회적 불안을 다룰 능력이 없는 독재정권의 지배를 받고 있다. 중국과 일본은 경제활동인구 감소라는 한 가지 결정적 문제를 공유한다. 경제활동인구가 줄어들면 고성장을 유지하기 어렵다.
이와 대조적으로 미국 경제는 우상향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경제성장률은 전망치를 웃돌고 인플레이션은 당초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으며 고용 수치는 계속 강세를 보인다. 그럼에도 미국은 AAA 신용등급을 잃었다.
미국의 문제는 경제적 기초 체력과는 무관하다. 미국을 휘청거리게 만든 두 번째 충격은 트럼프 쇼크다. 미국은 자신의 길을 가로막는 제도와 기구를 모조리 파괴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포퓰리스트 선동가의 재등장을 목격하고 있다. 게다가 이제까지 필자가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던 거대한 무리가 그의 뒤를 따르고 있다. 그들은 도널드 트럼프가 무슨 일을 하건, 무슨 말을 하건 간에 맹목적으로 그를 떠받든다. 공화당은 완전히 그의 수중에 들어갔고 2020년 그의 선거 결과 뒤집기 시도에 맞섰던 공화당 당직자들은 트럼프 충성파로 교체됐다. 따라서 그가 공화당 대통령 후보 지명을 받는다면 지난번 선거에서 목격했던 것보다 훨씬 큰 혼란으로 이어질 터다. 미국은 차이나 쇼크를 제대로 처리했지만 아직 트럼프 쇼크를 해소할 해법을 찾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