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총리실

① 공항·항만·도로 예산만 11조…잼버리 행사보다 '잿밥'에 눈먼 지자체

■잼버리 폐영…부실 논란이 남긴 5가지 교훈

② 무용지물 재난매뉴얼-온열질환자 속출…'플랜B'도 혼란만 키워

③ 컨트롤타워가 없다-3개 부처가 조직위원장…권한·책임 분산

④ 갈길 먼 지방분권-담당 지방 공무원 외유성 해외출장 잇따라

⑤ 정쟁 일삼은 정치권-위기에도 협심보다 네탓공방…사태 키워

김현숙(가운데) 여성가족부 장관과 이상민(오른쪽) 행정자치부 장관이 1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새만금 잼버리 비상대책반 회의에서 잼버리 폐영식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김현숙(가운데) 여성가족부 장관과 이상민(오른쪽) 행정자치부 장관이 1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새만금 잼버리 비상대책반 회의에서 잼버리 폐영식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는 많은 논란과 숙제를 남긴 대회였다. 6년이라는 충분한 준비 기간이 있었음에도 적절히 대비하지 못하면서 각종 잡음을 유발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열릴 국제대회를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재발 방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는 “지방자치를 점점 강화해야 하는 시대에 지방정부 스스로 논란을 유발한 점이 뼈아프다”며 “컨트롤타워가 없었고, 각 부처별로 혼란한 모습을 보인 점은 시스템 재정비를 통해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①지자체 사회간접자본(SOC) ‘잿밥’에만 관심=대형 국제행사를 유치한 지방정부는 행사 자체의 성공보다는 이를 핑계로 지역 민원 사업의 예산을 타내려고 한 게 아니냐는 논란을 샀다. 잼버리 대회가 열린 후 대원들은 화장실의 위생 상태와 샤워실 부족 등을 호소했는데 행사를 주관한 전북은 행사보다 철도·도로 구축 등의 예산을 받는 데만 관심을 뒀다.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잼버리 행사를 위해 새만금 일대에 들어간 SOC 예산이 무려 11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됐다. 새만금 신항만(3조 2000억 원), 새만금 인입 철도(1조 3000억 원), 새만금 지역 간 연결도로(1조 1200억 원) 등이 대표적이다. 송 의원은 “전북도와 지역 정치인들은 ‘국제공항이 없는 잼버리는 세계적 망신’이라고 주장하면서 새만금국제공항 건설을 요구했다”며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하면서까지 건설을 추진했는데 총사업비가 8000억 원에 해당하는 이 사업이 현재까지 공항은 들어서지 않고 있다. 잼버리와 공항은 전혀 상관관계가 없었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지자체들이 역량은 안 되면서 지역 발전의 기회로 활용하려 하다 보니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라며 “국제적 이벤트 등 엄청난 예산과 인력이 투입되는 행사의 경우 객관적으로 독립적인 기관이 냉정하게 외부의 압력 없이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제언했다.



껍데기뿐인 재난 매뉴얼=새만금 일대는 잼버리 대회를 치르기에는 폭염·태풍 등에 취약한 지형적 특성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이상고온 등 재난에 대응할 당국의 매뉴얼은 형식적인 내용에 그쳐 실제 비상 상황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잼버리 개영 전 조직위원회는 폭염과 태풍 등 자연재해에 대비한 재난 대피 매뉴얼이 있다고 밝혔다. 태풍과 폭염에 대비한 대피소가 각각 342개, 7개 마련돼 있으며 ‘위기 상황 대응 계획’도 준비돼 있다고 소개했다. 말뿐이라는 게 금방 드러났다. 개영하자마자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자가 속출했고 부족한 그늘막과 생수 등을 마련하기 위해 급하게 군과 민간의 손을 빌려야 했다. 폭우 대피도 마찬가지였다. 태풍 ‘카눈’이 한반도에 상륙한다고 예보되자 조직위는 8일 갑작스레 3만 7000여 명의 대원을 전국으로 분산시켰다. 준비 없이 이뤄진 비상 계획에 대원들이 엉뚱한 곳으로 가는 등 혼란이 가중됐다. 기존에 마련해놓았다고 밝힌 342개 대피소에 대해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은 “이번 대피는 매뉴얼에 따른 것이며 대피소는 임시 대피를 위한 것”이라고 해명하는 데 급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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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트롤타워가 없다=잼버리 조직위원장은 여가부와 행정안전부·문화체육관광부 등 3개 부처 장관이 공동으로 맡았다. 권한과 책임이 분산될 수밖에 없었고, 문제가 생기면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했다. 대회 개최 이후 온열질환자가 다수 발생하고 화장실 등 편의시설에 대한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자 결국 한덕수 국무총리가 나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떠맡았다. 김 교수는 “한 부처에서 책임을 갖고 주체적으로 이끌어나가야 하는데 역할 분담이 불명확했고 문제 발생 시 이를 조정할 역량도 부족했다”며 “충분한 준비 기간에도 불구하고 무책임한 행정이 이 같은 혼란을 유발했다”고 꼬집었다.





④갈 길 먼 지방분권=이 와중에 지방공무원들은 사업의 철저한 관리에 한계를 보여 국내 지자체들이 지방분권 시대에 권한과 예산을 제대로 넘겨받을 준비가 돼 있는지에 대한 회의론을 일게 했다. 잼버리에는 1171억 원의 예산이 투입됐는데 이를 면밀히 준비해야 할 지방공무원의 해외출장은 대회와 큰 연관이 없는 외유성 방문에 그쳤다.

⑤정쟁만 몰두한 정치권=정치권도 잼버리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협심하기보다는 정쟁에만 몰두해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6일 국회 브리핑에서 “새만금 잼버리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적극적인 관심을 보인 행사였다”며 “임기 내내 잼버리에 대한 관심을 대대적으로 홍보한 문재인 정부와 전라북도 전·현직 지사는 대체 무엇을 했냐”며 전 정부에 책임을 물었다. 그러자 야당도 가만 있지 않았다.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윤석열 정부의 이번 잼버리 대회, 한마디로 엉망진창”이라며 “대통령·총리·장관 누구 하나 빠질 것 없이 책임에서 도망치려고 하지만 모래 속에 머리를 박은 타조의 모습에 불과하다는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낙연 전 총리 역시 “평창동계올림픽은 문 (전) 대통령 취임 후 9개월 만에 열렸다”며 “우리는 전임 정부를 탓할 시간도 없었고 탓하지도 않았다”고 쏘아붙였다.


강동효 기자·이진석 기자·박신원 기자·이승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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