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에 아파트 화재를 목격한 소방관이 맨몸으로 화재 진압에 나서 어린이 2명의 생명을 구했다.
11일 서울시 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지난 4일 오전 9시 58분경 김포시의 한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날 휴일이었던 마포소방서 현장대응단 소속 통신 담당 양일곤 소방장(43)은 개인 용무를 보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인근 아파트 외부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나는 것을 목격했다.
아파트 2층 실외기실 외부에서 검은 연기가 나고 불꽃이 튀는 것을 본 양 소방장은 즉시 119에 신고한 뒤 현장으로 달려갔다.
그는 현관문 앞에 있던 관리소 직원에게서 ‘초인종 작동이 안 된다’는 이야기를 들은 뒤 2층에 설치된 옥내소화전을 찾아 비상벨(발신기 버튼)을 눌러 입주민들에게 화재 발생 사실을 알렸다. 이어 현관문 앞까지 옥내소화전 소방호스를 연결했다.
양 소방장이 계속 현관문을 두드리자 곧 문이 열렸다. 집 안에는 초등학생 두 명이 있었고 양 소방장은 곧바로 어린이들을 대피시키고 초기 진화를 시도했다.
양 소방장이 초기 진화한 화재는 소방대가 도착한 이후 오전 10시 12분경 완전히 진화됐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집 안에 있던 어린이들은 단순 연기흡입으로 확인돼 병원으로 옮기지는 않았다.
이 사연은 지난 7일 서울시 홈페이지의 ‘칭찬합시다’ 게시판에도 올라왔다. 해당 아파트의 관리소장이라고 밝힌 글 작성자는 “(양 소방장이) 얼굴이 새까맣게 그을린 채 소방호스 방향을 이리저리 바꾸면서 화재를 진압하고 있었다”며 수소문해 보니 마포소방서 소방관이라는 것을 알게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근무가 아닌 시간에 아무 장비도 없이 본인의 안위는 돌보지 않고 맨몸으로 화재를 진압해 많은 입주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준 소방관님께 다시 한번 감사를 전한다”고 말했다.
양 소방장은 2006년 서울소방에 입직해 17년간 최일선 현장에서 근무하고 있다.
양 소방장은 “소방관이라면 화재 현장을 보고 본능적으로 몸이 움직이게 돼 있다. 올바른 초동 대처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느꼈다”며 “무엇보다 아이들이 무사해서 다행이고 아파트 관리소 직원에게도 감사하다. 덕분에 신속하게 화재를 진화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김용근 마포소방서장은 "많은 입주민이 집을 비운 아침에 불이 나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지만, 양 소방장의 신속하고 용기 있는 대응 덕분에 인명피해 없이 끝났다"며 "앞으로도 시민의 생명과 안전 보호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