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피플

[사람in]"진로 고민 청년들에 다양한 삶 보여주고 싶어"

청년문간 이끄는 이문수 신부

2017년부터 '따뜻한 한끼' 제공

산티아고 순례·환경 서포터스 등

사회협동조합으로 다양한 활동도

'3000원 김치찌개' 쉽지 않지만

당분간 식사가격 인상 계획 없어

수도권 150호점 문 여는게 목표





“1인분 가격을 두 배 이상 올리지 않는다면 어차피 적자는 나게 돼 있습니다. 가격을 조금 올린다면 약간 보탬이야 되겠지만 제가 조금 편하겠다는 생각에 ‘이곳마저 가격이 올랐다’는 부담감을 청년들에게 주고 싶지는 않아요.”



‘3000원 김치찌개’를 파는 서울 성북구 정릉동의 식당 ‘청년밥상문간’에서 만난 이문수(사진) 신부는 최근 물가 인상에 운영이 쉽지 않다고 하면서도 당분간 식사 가격을 인상할 계획은 없다고 했다. 청년밥상문간은 이 신부가 청년들을 어떻게 도울지 고민하다 고시원에서 굶주림 끝에 숨진 청년의 이야기를 듣고 “괴로운 청년들에게 따뜻한 밥 한 끼 차려줄 수 있다면 그걸로도 의미가 있겠다”며 2017년 12월 처음 문을 열게 된 공간이다.

이 신부는 “처음 운영할 때는 1인분 원가가 3000원에 조금 못 미쳐 한 달에 100그릇쯤 팔면 적자는 면하겠구나 정도로 생각했는데 그동안 물가가 많이 오르며 예상이 빗나갔다”면서 “다만 그동안 문간의 존재가 알려지며 후원과 도움도 많이 늘었고, 문 닫지 않고 운영할 수 있는 수준이 됐다”고 웃었다.



실제로 김치찌개 1인분 원가는 6000원 수준까지 올라 한 그릇 팔면 무조건 손해가 나는 상황인데도 ‘문간’은 오히려 날로 순항하는 모습이다. 일례로 식당인 청년밥상문간은 서울 정릉 1호점을 시작으로 2021년 이대점, 2022년 낙성대점을 차례로 오픈했고 올해 1월 제주점도 열며 4호점까지 확장했다. “수도권에 청년밥상문간을 150호점까지 낼 것”이라는 이 신부의 원대한 목표치까지는 갈 길이 멀지만 차근차근 조금씩 영역을 넓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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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한 끼 나누자던 시작이 2020년 4월부터 청년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사업을 펼치는 ‘청년문간사회적협동조합’으로 거듭난 것도 눈여겨볼 만한 성장이다. 지금껏 청년문간의 이름 아래 많은 청년들이 2022년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779㎞를 완주했고(청년희망로드), 현역 감독의 멘토링 아래 영화·다큐멘터리를 제작해 공유하는 영화제(2030 청년영화제)를 열었으며, 어르신 세대의 자서전을 직접 쓰고(세대공감잇다), 환경 서포터즈(푸른문간)로 활동하며 지구를 구하는 일상을 실천하고 있다.

이 신부는 “처음에는 식당 하나라도 잘 운영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문간을 통해 많은 지지자와 후원자를 만나면서 좋은 기회를 만나게 된 것뿐”이라며 “최근에는 이른바 ‘느린 학습자’라고 불리는 발달장애 청년들에게 관심을 갖고 공부하는 중인데 조만간 이들을 돕는 사업도 진행해보고 싶다”고 했다.

이 신부가 다양한 청년 사업을 펼치는 이유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듣는 접촉면을 늘리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그는 “밥 먹으면서 할 수 있는 이야기와 긴 시간 함께 걸으면서 나눌 수 있는 이야기가 서로 다르지 않느냐”며 “청년들에게 ‘나랑 만나 달라’고 건수를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드시 이런 일을 하겠다거나 이런 건 안 된다는 제약은 없다. 청년들에게 새롭고 다양한 경험을 제공해줄 수 있는 일이라면 가능한 한 해본다고 한다.

이 신부는 “나 자신은 아이디어가 아주 뛰어나다고 생각지 않아 다른 사람의 의견에 주로 귀를 기울이는 편”이라며 “예컨대 코로나 때 청년들이 모이는 게 힘드니까 옥상에 모여 영화라도 한 번 보면 좋지 않을까 했던 아이디어가 ‘달빛영화제’가 됐고 지금의 ‘2030 청년영화제’로 발전했다”고 했다. 산티아고 순례길과 제주 올레길로 이어졌던 청년희망로드는 내년 아프리카 짐바브웨까지 뻗어 간다. 이 신부는 “청년들이 취업과 진로 고민으로 많이 힘들어하고 있는데 반대로 아프리카라는 절대 빈곤의 세계에서 다른 이들을 돕는 경험을 하면 자신의 인생을 조금 다르고 새롭게 설계해볼 계기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인생은 단선적이지 않은데 우리나라는 모두를 한 방향으로만 향하게 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자칫 하나의 방향에 펼쳐진 좁은 문에 들어가지 못하면 마치 불행한 삶이 정해진 것처럼 느끼게 되는 거죠. 청년들이 좀 더 다양한 경험을 한다면 꼭 하나의 삶만이 전부는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지도 않을까요. 저는 지금 아이들이 제가 청년기보다 훨씬 당당하고 멋있다고 생각해요. 너희는 너희 생각보다 훨씬 멋진 사람들이고 세상에는 아주 많은 기회가 있다는 것을 다양한 경험을 통해 알려주고 싶습니다.”


글·사진=김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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