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전만 해도 그저 그런 노장 선수였던 루카스 글로버(43·미국). 2주 동안 그는 세계 최고의 골프 무대인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가장 뜨거운 남자가 됐다. 8월의 남자를 뜻하는 ‘미스터 어거스트’라는 별명을 붙여줘야 마땅할 것 같다.
글로버는 14일(한국 시간)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의 사우스윈드 TPC(파70)에서 열린 PGA 투어 페덱스컵 플레이오프(PO) 1차전 페덱스 세인트주드 챔피언십(총상금 2000만 달러) 4라운드에서 버디 2개, 보기 1개로 1언더파 69타를 쳤다. 최종 합계 15언더파 265타로 패트릭 캔틀레이(미국)와 동타를 이룬 그는 18번 홀(파4)에서 치른 1차 연장전에서 파를 지켜 캔틀레이를 누르고 통산 6승째를 달성했다. 우승 상금은 360만 달러(약 48억 원)다.
지난주 정규 시즌 최종전 윈덤 챔피언십에서 2년 만에 승수를 보탠 뒤 2주 연속 우승이다. 45세의 헤일 어윈(1990년)과 비제이 싱(2008년)에 이은 PGA 투어 최고령 2개 대회 연속 우승 역대 3위 기록을 썼다. 2주간 번 상금만 약 66억 원이다.
글로버는 PO 직전 대회인 윈덤 챔피언십 우승으로 112위였던 페덱스컵 포인트 랭킹을 49위까지 끌어올렸다. 정규 시즌 페덱스컵 상위 70명만 출전할 수 있는 PO 1차전에 극적으로 합류한 그는 이날 우승으로 페덱스컵 랭킹을 4위까지 끌어올렸다. 단 30명만 출전하는 PO 3차전이자 최종전 투어 챔피언십 출전까지 사실상 확정했다.
글로버는 지독한 약점이던 퍼트를 강점으로 바꾼 뒤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됐다. 정규 시즌 막바지까지 그는 퍼팅 이득 타수 부문에서 194위일 만큼 퍼트를 못 하는 대표적인 선수였다. 퍼팅 입스(불안 증세)를 없애려고 미국 해군 최정예 특수부대인 네이비실 전직 요원을 찾아가기도 했다. 그러다 퍼트 전문가를 만나 퍼터 교체를 조언받은 게 ‘신의 한 수’가 됐다. 짧은 퍼트 실패가 너무 잦은 데 대한 처방이 빗자루 모양인 브룸스틱 퍼터로의 교체였다. 롱 퍼터는 난생 처음인 글로버는 퍼터를 바꾸고 새 삶을 찾은 마스터스 역대 챔피언 애덤 스콧(호주)의 퍼트 영상을 보고 또 보며 집요하게 연구했다. 스콧처럼 글로버도 메이저 대회 1승(2009년 US 오픈)이 있지만 그 기억이 가물가물해지는 선수였다. 브룸스틱 퍼터는 정규 시즌 막판부터 들고나왔다.
이날 최종 라운드에서 글로버는 숱한 위기를 맞았지만 그때마다 신기의 퍼트로 살아나고 또 살아났다. 13번 홀(파4) 6m 파 퍼트와 14번 홀(파3) 9m 보기 퍼트를 넣었고 17번 홀(파4)에서 3m 남짓한 파 퍼트를 놓치지 않아 기어이 연장까지 갔다. 플레이오프 대회를 세 차례나 우승한 ‘아이스맨’ 캔틀레이는 냉철한 승부사로 통하지만 연장에서 티샷을 왼쪽 물로 보내면서 자멸했다.
한국 선수 중에는 임성재가 가장 빛났다. 임성재는 이날 2언더파 68타를 쳐 공동 6위(11언더파)에 올랐다. 페덱스컵 포인트 순위는 32위에서 28위로 올라 투어 챔피언십 출전에 청신호를 켰다. 임성재는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연속 투어 챔피언십에 나선 바 있다. 특히 지난해 투어 챔피언십에서는 우승자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에 1타 뒤진 준우승을 차지했다.
김시우가 9언더파 공동 16위, 김주형은 7언더파 공동 24위다. 두 선수의 페덱스컵 포인트 순위는 각각 17위, 18위다. 5언더파 공동 37위로 마무리한 안병훈은 페덱스컵 포인트 38위가 됐다. 첫 관문을 통과했지만 투어 챔피언십 출전을 위해서는 PO 2차전에서 맹타가 절실해졌다.
매킬로이는 토미 플리트우드(잉글랜드)와 함께 공동 3위(14언더파)로 1차전을 마쳤다. 매킬로이는 페덱스컵 순위 3위이고, 플리트우드는 26위에서 10위로 뛰었다. 정규 시즌을 페덱스컵 1위로 마쳤던 욘 람(스페인)은 공동 37위(5언더파)에 그쳤지만 1위 자리는 지켰다.
페덱스컵 포인트 상위 50명이 나가는 PO 2차전 BMW 챔피언십(총상금 2000만 달러)은 17일부터 미국 일리노이주 올림피아 필즈CC에서 열린다. 한국 선수 4명이 전원 출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