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006400)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생산라인을 울산공장에 구축한다. 한국에 LFP 생산라인이 세워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이 LFP 배터리를 독점하며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는 만큼 K배터리도 LFP 배터리 양산에 더욱 속도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6일 업계 및 정부에 따르면 삼성SDI는 차세대 배터리와 국내 최초의 LFP 배터리 생산 시설을 울산 산단에 건설하는 계획을 울산시와 논의하고 있다. 삼성SDI 관계자는 “아직 LFP 배터리를 전기차용으로 생산할지, 에너지저장장치(ESS)용으로 생산할지는 결정되지 않았다”면서 “최종 투자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 같다”고 설명했다.
삼성SDI는 울산의 2차전지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지정을 계기로 울산공장에 대한 추가 증설을 검토해왔다. 울산공장에서는 전기차 및 ESS용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다. 현재 이 공장의 생산능력은 10GWh 수준으로 파악된다.
LFP 배터리는 한국이 중국과의 경쟁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 서둘러 생산해야 할 제품으로 꼽힌다. LFP 배터리는 인산과 철을 혼합해 만든 것으로 성능이 하이니켈 배터리보다 떨어지지만 가격 경쟁력에서 앞선다. 중·저가형 전기차 라인업이 확대되고 신재생에너지 시장 성장에 따른 ESS 보급 활성화로 LFP 배터리 수요는 더욱 늘고 있다. 실제로 시장조사 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서 세계 최대 기업인 중국 CATL 점유율은 올 상반기 기준 36.8%로 전년 동기 대비 1.4%포인트 높아졌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373220)·삼성SDI·SK온 등 K배터리 3사의 합산 점유율은 23.9%로 전년 동기 대비 2.2%포인트 하락했다.
이 때문에 국내 배터리 3사는 LFP 배터리 개발에 속도를 내왔다. LG엔솔은 연내 ESS용 LFP 배터리의 양산을 앞두고 있으며 SK온은 올해 3월 국내 3사 중 처음으로 전기차용 LFP 배터리 시제품을 공개했다. 고부가 제품 위주로 생산해온 삼성SDI도 LFP 배터리로 제품 라인업을 확대하기로 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가격 전쟁이 본격화하면서 중·저가형 차 위주로 LFP 배터리 채택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면서 “하이니켈만으로는 중국과의 장기전에서 승산을 보기 어렵다”고 전했다.
한편 울산 2차전지 특화단지에는 삼성SDI·현대자동차·고려아연 등 173개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특화단지 조성 발표 당시 7조 4000억 원의 민간투자가 확정된 상황이었고 특화단지 지정 이후에도 7000억 원의 추가 신규 투자가 결정됐다. 산업부 관계자는 “현재 9000억 원의 추가 투자가 논의 중일 정도로 기업들의 관심이 뜨겁다”고 전했다. 울산은 이런 민간투자를 바탕으로 차세대 배터리 거점으로 거듭난다는 목표를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