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日기업의 우크라 지원





1992년 6월 일본 도쿄에서 미국 등 33개국 외무장관과 세계은행을 비롯한 12개 국제기관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캄보디아 재건 각료회의’가 열렸다. 내전으로 황폐해진 캄보디아의 복구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다. 미야자와 기이치 당시 일본 총리는 개막 연설에서 “일본은 캄보디아를 위해 인적·물적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야자와 총리의 연설 후 일본 정부는 내각회의를 열고 캄보디아에 1억 5000만 달러를 무상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정부가 신호탄을 쏘아올리자 일본 기업들의 캄보디아 지원이 봇물을 이뤘다. 군사장비 업체인 고마쓰는 대인 기뢰 제거기를 무상으로 보내기로 하는 등 10여 개 업체가 캄보디아행(行)에 합류했다. 당시 기업들은 인도적 차원의 지원이라고 강조했지만 대규모 경제 부흥 사업을 따내기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일본 기업들은 라오스·콜롬비아 등 내전에 휘말린 다른 지역에서도 무상 지원 등을 앞세워 재건 시장 선점의 교두보를 마련해왔다.



이번에는 일본 기업들의 발길이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로 향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에 군사·건설·의료 등 다방면에서 장비·물품을 보내는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최근 보도했다. 과거 캄보디아를 도왔던 고마쓰가 우크라이나에 기뢰 제거기 10대를 지원하기로 했다. 스미토모상사는 발전기를 제공했다. 교량 설계 업체인 고마이 하루테크는 파괴된 교량 정비를 돕기로 했으며 의료 서비스업체인 알름은 10월부터 우크라이나 환자들에게 원격진료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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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300조 원 규모로 추정되는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에 참여하기 위한 글로벌 기업들의 움직임은 벌써 치열하다. 프랑스·튀르키예 업체들은 컨소시엄을 구성해 교량 복구 사업에 이미 진출했다. 우리도 우크라이나의 자유민주주의와 평화를 지키는 가치연대에 힘을 보태면서 기술·자본 등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이 같은 신뢰를 토대로 민관 ‘원팀’을 꾸려 경제 협력 확대를 모색해나가야 한다.

임석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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