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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경제 가라앉자…홍콩지수 ETF서 한달새 1300억 '썰물'

'TIGER 항셍테크'만 900억 이탈

최근 일주일 평균 3%대 손실도





홍콩에 상장한 중국 기업들에 투자하는 국내 상장지수펀드(ETF)에서 최근 한 달 동안에만 1300억 원 가까운 자금이 빠져나갔다. 중국 경기가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부동산 개발 업체 줄도산 공포까지 확산된 탓이다.

17일 코스콤 ETF CHECK에 따르면 7월 17일부터 이달 16일까지 홍콩항셍지수·H지수·항셍테크지수를 추종하는 국내 ETF 11종에서 총 1286억 원의 자금이 유출됐다. 관련 ETF 가운데 순자산 규모가 5961억 원으로 가장 큰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항셍테크’에서만 936억 원이 이탈했고 ‘KODEX 항셍테크’와 ‘KODEX 차이나H레버리지’에서도 각각 181억 원, 71억 원이 빠져나갔다. 이들은 수익률 측면에서도 이달 9~16일 일주일 동안 평균 3.43%의 손실을 내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연초 이후로는 평균 10.11%의 손실을 봤다.



투자자들이 자금을 회수하는 중국 관련 상품은 ETF뿐이 아니다. 펀드평가사 KG제로인에 따르면 국내 중국 주식형 공모펀드에서도 지난달 17일부터 이달 16일까지 767억 원이 증발했다. 기간을 16일 기준으로 최근 6개월로 넓히면 사라진 자금 규모는 2652억 원으로 늘어난다. 이는 올 들어서만 각각 329억 원, 126억 원을 끌어모은 일본·인도 주식형펀드와 대비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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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관련 ETF와 공모펀드에서 자금이 빠르게 이탈하는 것은 중국 경기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며 홍콩 증시도 동반 추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본토 기업 50개로 구성된 홍콩H지수는 전날 전장 종가 대비 1.47% 하락한 6272.86에 마감하며 지난달 24일 공산당회의 이후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했다. 이날 오전 장중 한때는 연저점(6149.64) 수준까지 곤두박질치기도 했다.

실제로 중국의 실업률은 3월부터 7월까지 매달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중국 정부가 지난달 24일 열린 중앙정치국 회의에서 추가 부양책을 시사한 후 경기 회복 기대가 고개를 드나 했지만 최근 1위 부동산 개발 업체 비구이위안이 채무불이행(디폴트)에 빠지면서 이마저도 꺾인 상황이다.

정성태 삼성증권 연구원은 “중국 경제는 7월 들어 더 악화됐고 단기간 내 반등할 가능성도 낮다”며 “특히 중국의 부동산 시장 부진은 심각한 공급 과잉으로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 가계 자산의 70%가 부동산 관련 자산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소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콩 증시가 추락하면서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에 투자한 이들에게도 비상이 걸렸다. 홍콩H지수 ELS는 지수가 1만 포인트 이상 고점에 달했던 2021년 상반기 집중적으로 발행돼 내년 상반기에만 8조 8000억 원 규모의 물량이 만기를 맞는다. 증권가에서는 녹인(손실 발생 가능) 구간이 55% 수준인 상품의 경우 상당수가 이미 손실 구간에 진입한 것으로 분석했다. 6200 전후인 현 지수가 700포인트가량 더 떨어지면 원금 손실을 입는 상품이 급증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미 지난달에는 하나은행이 2년여 전 판매한 홍콩H지수 기초 주가연계펀드(ELF)에서 40억 3000만 원 규모의 원금 손실이 발생했다.

정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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