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정진석 실형' 판사 SNS 논란…정치적 중립 의무 강화로 이어질까[서초동 야단법석]

법원 "과도한 비난 자제" 당부에도

과거 SNS 게재 글 두고 논란 확산

법관윤리강령 위반 처분 불확실에

'김명수 코트' 정치적 편향성 도마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이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6개월을 선고받은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이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6개월을 선고받은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에게 실형을 선고한 박병곤(사법연수원 41기) 판사의 정치적 편향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하면서 대법원이 고심에 빠졌다. 김명수 대법원장 임기 내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평가를 받아온 사법부가 이번 문제를 제대로 처리하지 않을 경우 임기를 한 달 여 남겨둔 김 대법원장의 후임자 지명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원행정처는 박 판사가 법관 임용 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글에 관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대법원은 박 판사를 상대로 글 작성 경위 등을 조사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박 판사를 법관윤리강령 위반으로 징계위원회에 회부할 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별다른 논의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논란은 지난 10일 박 판사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등 혐의로 기소된 정 의원에게 징역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면서 시작됐다. 앞서 검찰은 정 의원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지만 법원이 검찰 구형량보다 높은 실형을 선고하면서 박 판사의 정치적 편향 문제로 번졌다. 대법원이나 헌법재판소 사건이 아닌 1심 선고 결과를 두고 판사의 정치적 편향을 문제 삼는 것은 이례적이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13일 입장문을 통해 “재판장의 정치적 성향을 거론하며 과도한 비난이 제기되는 상황에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며 “SNS 일부 활동만으로 법관의 정치적 성향을 단정 짓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자제를 당부했다. 법원의 해명으로 논란이 일단락되는가 싶었지만 박 판사가 법관으로 임용된 이후에도 SNS에 정치 성향을 드러낸 글을 올린 사실이 추가로 드러나면서 이번 사건은 법관의 정치적 중립 의무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보수 성향 시민단체 자유대한호국단은 지난 17일 박 판사를 국가공무원법을 위반 등으로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박 판사는 지난해 3월 대선 직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낙선을 두고 SNS에 “울분을 터뜨리고 절망도 하고 슬퍼도 했다가 사흘째부터는 일어나야 한다”고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이 패한 2021년 4월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 직후에는 “울긴 왜 울어” “승패는 병가지상사”라는 대사가 적힌 중국 드라마의 캡처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박 판사는 올해 단독 재판부로 배당된 후 해당 글을 삭제하고, 한국법조인대관에 등재된 개인정보 삭제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난 16일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윤석열 대통령의 부친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의 빈소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난 16일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윤석열 대통령의 부친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의 빈소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관윤리강령 제7조에는 '법관은 정치적 중립을 지킨다'고 명시돼 있다. 또 '법관은 정치활동을 목적으로 하는 단체의 임원이나 구성원이 되지 않으며, 선거운동 등 정치적 중립성을 해치는 활동을 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윤리강령 위반 시 자체 징계위를 통해 경고부터 정직, 감봉 등 처분을 내릴 수 있지만 실제 윤리강령 위반으로 중징계 처분을 받은 사례는 극히 일부에 불과해 박 판사 역시 처벌 가능성이 낮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앞서 이정렬 변호사는 판사 재직 시절인 2011년 SNS에 ‘가카새끼 짬뽕’ 등 이명박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풍자물을 게시해 소속 법원장으로부터 서면 경고를 받았다.

법원 내부에서도 이번 문제를 두고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재경지법 소속 판사는 "정치인과 관련된 사건을 담당한 판사가 개인적인 정치의견을 공개적으로 표명한다면 재판 결과를 신뢰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내 식구 감싸기'란 비판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윤리강령을 구체화하거나 내부 지침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논란은 '김명수 코트'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지면서 임기를 한 달 여 남겨둔 김 대법원장의 후임자 인선 과정에도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여권을 중심으로 대법원장 후보자들의 인사 검증 강화와 함께 판사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강화하기 위한 후속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전망이다.



최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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