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는 10만 명 이상의 환자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습니다. 최대한 많은 질환에서 최대한 많은 환자분들한테 다가가는 게 목표입니다.”
오봉근(사진) 아우름케어매니지먼트 대표는 최근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서울경제와 만나 “우리가 하는 일이 세상을 바꿀 수는 없어도 한 명 한 명의 인생을 바꾸자는 생각”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아우름케어매니지먼트는 전화, 문자, 카카오톡 또는 인공지능(AI)을 이용한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환자의 상태를 확인하고 건강에 문제가 생기면 상담을 해주는 소셜 벤처다. 의사의 지시에 따라 얼마나 약을 잘 복용하고 있는지를 판단하는 복약 순응도 개선이 주목적이다. 미국에서는 복약 순응도가 낮아 사망하는 환자가 연 12만 5000명 정도로 추정되며 병원에 입원하는 환자의 11%가량이 낮은 복약 순응도 때문이라는 보고도 있다. 약을 제대로 챙겨먹기만 해도 만성질환을 잘 다스릴 수 있다는 얘기다.
아우름케어매니지먼트의 서비스는 약 복용 시간을 알려주고 부작용에 대해 의료인 상담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오 대표는 “종합병원의 경우 의사가 환자를 볼 수 있는 진료시간이 짧고, 사람들은 진료를 받는 것을 번거로워하기 때문에 복약 순응도에 문제가 생긴다” 면서 “10~20%의 환자는 알림만으로도 문제가 해결되고 60% 정도는 부작용을 겪고 있는 경우로 문자나 전화 상담을 통해 문제를 인식하게 한 다음 의사와 연결한다”고 설명했다.
가장 먼저 접근한 질환은 조현병이다. 조현병은 재발과 만성화가 심각한데도 약물 비순응으로 재발하는 경우가 74%에 달한다. 조현병이 만성화된 환자는 심리적·사회적 위축으로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도 위험에 빠트리는 경우가 생긴다. 오 대표는 “조현병 환자 60~70명을 도우면서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환자들의 프로그램 선호도가 매우 높았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아우름케어매니지먼트는 폐동맥고혈압, 우울증, 당뇨 및 당뇨합병 증 등 40개 만성질환을 다루고 있다.
오 대표는 2019년 말까지만 해도 글로벌 컨설팅 회사인 딜로이트의 생명과학분야 컨설팅 리더였다. 최고운영책임자(COO)를 포함해 전략 컨설팅 그룹 리더, 인수합병(M&A) 컨설팅 리더 등을 거쳤다. 하지만 아버지가 복약 순응도 문제를 겪으며 뇌경색으로 쓰러진 이후 돌연 회사를 그만두고 2020년 회사를 창업했다. 오 대표의 비전에 동감하는 사람들이 아우름케어매니지먼트로 속속 모여들고 있다. 최근 의정부 아파트 화재에서 13명을 구출한 진옥진 소방관, 용영환 전 마켓컬리 최고기술책임자(CTO) 등이 회사에 합류했다.
미국에서도 글로벌 제약사 및 보험사와 사업을 추진 중이다. 오 대표는 “미국은 보험사의 힘이 크다보니 환자 관리를 위한 케어매니지먼트가 잘 발달돼 있다”며 “한국에서 다뤘던 질병들을 미국 환자들에게도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하고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