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과학기술특별위원회가 최근 3년간 증액된 연구개발(R&D) 예산의 절반 가량이 부실하게 심의됐다고 지적하며 혈세 누수를 막기 위한 범정부 컨트롤타워 설치 등 시스템 개선을 촉구했다.
국민의힘의 과학기술특위는 21일 국회 소통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2차 전체회의 결과를 이같이 밝혔다. 특위는 전일 온라인 화상회의를 열고 R&D 예산의 부실집행 실태를 논의했다.
정우성 위원장은 “국가경쟁력 향상을 위한 R&D 예산이 관리 기능만 늘어나는 등 엉뚱한 곳에 쓰인다는 것을 찾았다”며 “부처 칸막이뿐 아니라 전문기관 사이에도 칸막이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질병 R&D를 보건진흥원, 국립암센터, 국립재활원 등에서 동시 추진하는 상황을 언급하며 “부처·기관 사이에 과제 정보, 전문가 풀이 전혀 공유되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중복 (연구)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연구 사업 주수용 계획서 등을 대리 작성해주는 브로커가 난립하는 실태도 다시금 꼬집었다. 정 위원장은 “기관 주변에는 컨설팅이라는 합법의 탈을 쓴 브로커가 난립하고 있다”며 “현재 (등록된) 컨설팅 업체는 600여개다. 77%가 10인 이하 소규모 업체로, 미등록 업체까지 하면 훨씬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관예우 등 관리 사각지대에 있는 브로커들이 대다수로 추정된다며 “부처와 기관, 브로커들이 공생하는 카르텔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특위는 2020~2022년(회계연도 기준) 증액된 정부 R&D 예산 9조 3000억 원 중 46%(약 4조 3000억 원)가 부실 기획·심의를 통해 증액됐다고도 지적했다. 특위는 부실심의된 R&D 예산 규모가 △2020년 2조 5000억 △2021년 7000억 원, △2022년 1조 1000억 원이라고 밝혔다. 정 위원장은 “흔히 R&D 예산은 200명 정도의 전문가들의 심의 절차를 거쳐 확립된다”며 “그런데 지난 몇 년 간 대폭 증액된 소재·부품·장비, 반도체 R&D 예산은 부실한 기획, 카르텔이 존재했다”고 말했다.
특위는 이 같은 예산 비효율을 해결하기 위한 시스템 개편을 요구했다. 부위원장직을 맡은 김영식 의원은 “기관과 부처 벽을 없앨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며 “대통령실 내에도 전체를 조율할 수 있는 조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 예산을 노린 컨설팅 업체가 활개치는 것과 관련해 정 위원장은 “대단히 영세한 회사가 많고 (편법을 동원한 사례를) 거를 수 있는 시스템조차 완비되지 않았다”며 “지금이라도 시스템 혁신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