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의 빚이 반년 만에 8조 원 넘게 늘면서 사상 처음으로 200조 원을 돌파했다. 잇따른 요금 인상에도 올해 7조 원대 영업손실이 예측되는 가운데 한전의 채권 발행 한도도 한계에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2일 한전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 6월 말 연결 기준 한전의 총부채는 201조 4000억 원을 기록했다. 국내 상장사 중 최대 규모다. 2020년 132조 5000억 원 수준이던 한전 부채는 2021년 145조 8000억 원, 2022년 192조 8000억 원으로 매년 가파른 증가세를 이어갔다. 올 들어 속도는 다소 둔화됐지만 증가세는 계속되면서 결국 200조 원을 넘어섰다.
총 201조 4000억 원의 부채 중 금융사 등에 이자를 내야 하는 차입금은 131조 4000억 원, 기타 부채는 70조 원으로 분류됐다. 이에 따라 자산총액 대비 차입금의 비율을 나타내는 차입금 의존도는 2020년 98.6%에서 2021년 123.3%, 2022년 287.2%, 2023년 상반기 374.7%로 매년 수직 상승했다. 적정 차입금 의존도로 여겨지는 30%대를 10배 이상 웃도는 수치다.
차입금 평균 금리 역시 2021년 2.4%에서 2022년 3.1%, 2023년 상반기 3.3%로 꾸준히 오르는 추세다. 한전이 자회사를 제외하고 순수하게 지급하는 하루 이자만 약 72억 원이다. 한전 고위 관계자는 “발행금리가 낮았던 기존 채권이 상환되고 발행금리가 높은 신규 채권 비중이 높아져 이자 부담은 계속 늘고 있다”고 우려했다.
문제는 내년부터 차입금 상환 시기가 대거 도래하는 데다 신규 한전채 발행 등 자금 조달에 심각한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한전은 당장 내년 26조 4000억 원의 차입금 만기가 돌아오고 2025년에도 25조 8000억 원의 만기가 도래한다. 특히 증권가 전망대로 올해 7조 원의 추가 영업손실이 나면 자본금과 적립금의 합계가 약 14조 원으로 쪼그라든다. 이 경우 자본금과 적립금 합계의 5배까지 발행할 수 있는 한전채 발행 한도도 70조 원으로 줄게 된다. 이는 7월 말 기준 한전채 발행 잔액(78조 9000억 원)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한전은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전력 구매 비용 증가에 대응해 전기요금을 올려 재무구조 개선에 나서야 하지만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현 시점에서 추가 요금 인상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