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채택한 2% 인플레이션 목표를 둘러싼 논쟁이 확산되고 있다. 과연 목표를 2%로 잡는 것이 미국 경제에 도움이 되느냐는 문제 제기다. 특히 장기 통화정책 기조를 주로 논의하는 연준의 연례 경제정책 심포지엄(잭슨홀미팅)이 이틀 앞으로 다가오면서 물가 목표 변경을 둘러싼 논의는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2일(현지 시간) “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과 함께 인플레이션을 과연 2%까지 낮춰야 하는지에 대한 여러 인식이 있다”며 “이번 잭슨홀미팅의 주요 논쟁 주제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2% 인플레이션 목표는 1980년대 후반 뉴질랜드 중앙은행이 채택한 후 영국·캐나다에 이어 밴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이 2012년 도입했다. 지난 10년간 잠잠하던 2% 기준에 대해 의구심이 불거진 것은 지난해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40여 년 만에 최고치인 9.1%까지 오르면서다. 2%라는 목표치까지 무리해서 내릴 경우 불필요한 경제 둔화와 실업을 유발할 수 있어 3%를 새로운 목표로 설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애덤 포즌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장은 “2%는 절대적인 규칙이 아니다”라며 “인플레이션을 3.5%에서 2.5%로 낮추려고 경제를 망가뜨리는 상황은 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민주당 측도 3% 물가 목표제에 호의적이다. 금리를 더 빨리 낮추고 성장을 촉진할 수 있기 때문에 정치 셈법상 조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로 칸나 민주당 하원의원은 “2% 인플레이션 목표는 과학이 아니다”라며 “이는 정치적 판단일 뿐”이라고 말했다.
3% 목표를 채택할 경우 통화정책의 여력이 커진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현재 연준의 장기 기준금리 전망은 인플레이션 목표(2%)에 실질중립금리(0.5%)를 더한 2.5%다. 만약 물가 목표가 3%로 오르면 장기명목금리도 3.5%로 높아진다. 이 경우 코로나19 팬데믹 같은 침체가 올 때 제로금리에 닿기까지 더 많은 인하 여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반면 물가 목표 상향 자체가 경제의 리스크라는 시각도 만만찮다. 높은 물가에 대응해 임금 인상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찰스 에번스 전 시카고연방준비은행 총재는 “만약 인플레이션이 3%를 웃돈다면 연준이 금리를 계속 올려야 한다는 이야기”라고 선을 그었다.
연준의 신뢰 상실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토머스 바킨 리치먼드연은 의장은 이날 “설정한 목표를 달성하지 않겠다고 일방적으로 선언한다면 이 목표의 신뢰도가 떨어진다고 선언하는 것”이라며 “인플레이션은 불과 2년 반 전에 2%였으니 지금의 목표가 유니콘 같은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워싱턴포스트(WP) 칼럼니스트인 라메시 폰누루는 “연준이 3% 목표를 세운다면 곧 시장에서는 물가가 4%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퍼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인플레이션 기대가 오를 경우 임금 인상 요구가 커져 물가를 자극하게 된다.
이에 이번 잭슨홀미팅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2% 물가 목표에 대한 지지 의사를 재확인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파월 의장은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인하 속도는 우리가 인플레이션이 2%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얼마나 확신하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이미 소비자와 시장은 3% 물가 시나리오를 수용하는 분위기다. 세인트루이스연은에 따르면 국채 거래 가격에 내재된 5년 인플레이션 기대는 2.43%로 장기 평균인 2.25%보다 높다. 소비자 설문을 기반으로 한 미시간대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치는 8월에 2.9%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