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005380)그룹의 광고대행 계열사인 이노션(214320)이 농심(004370)기획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활발한 기업 인수로 몸집을 키우고 있는 이노션은 농심기획을 품어 광고 사업 강화는 물론 매출 다변화를 통해 그룹외 매출 비중도 끌어올린다는 포석이다.
23일 광고업계에 따르면 이노션은 농심기획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최근 농심 측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연내 거래 완료를 목표로 조만간 실사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노션이 농심기획 인수를 추진하는 것은 그룹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전략으로 분석된다. 올 상반기 기준 이노션의 매출 중 비계열사로부터 발생하는 금액은 30%가 채 되지 않는다. 농심기획을 인수해 신규 물량을 확보하면 고객사 증가와 더불어 매출 다각화를 모색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노션이 가장 중요시 여기는 것은 농심기획의 기존 광고 물량"이라며 "거래 양측은 매각 거래가 성사된 후에도 기존 물량을 일정 기간 보장하는 내용을 계약에 포함시키는 내용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노션은 사업 확대를 위해 소규모 인수·합병(M&A)을 꾸준히 단행해왔다. 특히 디지털 마케팅 사업 강화에 중점을 두고 2021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디지털 퍼포먼스 마케팅 기업 디퍼플, 특수효과 영상 제작기업 스튜디오레논, 디지털 마케팅회사 디플랜360을 잇따라 사들였다.
농심의 사내 광고파트였던 농심기획은 1996년 고 신춘호 농심그룹 회장의 지시로 독립 법인으로 출범한 뒤 그룹 계열사들의 광고를 도맡아왔다. 농심이 지분 90%, 나머지 10%는 고 신춘호 회장의 장녀 신현주 부회장이 보유하고 있다. 업계에서 추정하는 매각 대금은 최대 200억 원이다.
농심의 광고 계열사 매각은 내부 거래 비중을 줄이기 위한 일환으로 전해졌다. 농심기획의 지난해 매출액 207억원 중 60%가 넘는 130억 원이 내부 거래를 통해 이뤄졌다. 지난해 농심은 자산 5조 원 이상 공시 대상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돼 계열사 일감몰아주기 등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규제와 조사가 강화될 수 밖에 없자 농심기획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노션 역시 현대차그룹 계열사 매출이 상반기 70%까지 높아진 상황에서 농심기획 인수를 통해 먹거리를 늘릴 수 있다. 이번 거래는 사업 경쟁력 강화와 내부거래 축소를 고민하는 두 그룹의 이해 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분석이다.
매각 과정에서 최대 변수는 고용승계 보장 여부다. 매각 사실이 알려진 후 농심기획 직원들 사이에 인력 감원 등에 대한 불안감이 퍼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말 기준 양사의 직원수는 농심기획이 69명, 이노션은 835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