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무인 달 탐사선 찬드라얀 3호가 23일(현지시간) 달 남극 착륙에 성공했다.
인도 매체들은 찬드라얀 3호가 이날 오후 달 남극에 안착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찬드라얀은 산스크리트어로 '달의 차량'이라는 뜻이다.찬드라얀 3호는 달까지 날아가는 추진 모듈과 착륙선 ‘비크람’, 탐사를 위한 차량(로버) ‘프라그얀’ 등으로 구성돼 있다. 무게 26㎏ 가량인 프라그얀은 향후 2주 동안 남극 표면의 광물 성분을 분석하고, 궁극적으로 얼음(물)의 흔적을 조사하게 된다.
인도는 이로써 미국과 소련(현 러시아),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네 번째로 달에 탐사선을 착륙시킨 나라가 됐다. 더구나 달의 남극은 지금까지 한번도 탐사선이 착륙에 성공한 적이 없다. 2019년 인도의 찬드라얀2호는 달의 궤도에 안착하는 것까진 성공했지만, 탐사선 착륙에는 실패했다. 일본·이스라엘 등도 성공하지 못했다.
또 인류의 손길이 처음으로 달 남극에 닿게 됐다.
달 남극은 다량의 물이 얼음 상태로 존재할 가능성이 커 인류의 심(深)우주 진출을 위한 교두보로 주목받고 있다.
물이 있다면 식수와 산소는 물론 로켓 연료로 쓸 수 있는 수소를 현지 조달할 수 있어 화성과 태양계 외행성 유인 탐사의 난도가 크게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쾌거'는 앞서 러시아의 무인 달 탐사선 '루나 25호'(루나-25)가 지난 20일 달 표면에 추락한 지 사흘 만에 이룬 것이기도 하다.
이날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정상회의 참석차 남아공을 방문 중인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성공 직후 “인도는 이제 달에 섰습니다(India is now on the Moon). 영원히 간직할 순간”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 역사적 순간은 새로운 인도의 여명이 될 것”이라면서 “이전에는 다른 어떤 나라도 달의 이면(남극)에 착륙할 수 없었으며, 이번 착륙은 달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바꿀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인도의 국기를 들어보이며 “지금은 14억 인도인의 자부심의 순간이며, 이를 성공시키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 모든 과학자들에게 축하를 보낸다”고도 했다. 모디 총리는 이날 남아공에서 착륙 시도를 화상으로 지켜봤다.
미국 CNN은 “이번 임무는 우주 분야의 글로벌 초강대국으로서 인도의 위상을 확고하게 만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로이터도 “이번 달 착륙은 모디 정부가 민간 우주 산업 투자를 장려하고 있는 가운데 인도가 우주 강국으로 도약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앞서 모디 정부는 2020년 6월 인도의 우주 산업을 민간에 개방하고 관련 산업을 육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인도에는 최소 140개의 우주기술 스타트업이 생겨 났고, 1억 2000만 달러(약 1609억원)의 신규 투자가 유입됐다. 모디 총리는 “이번 임무는 모든 인도인의 꿈과 야망”이라고 설명했다.
인도 시민들은 이날 하루 가슴을 졸이며 달 탐사선의 무사 착륙을 기원했다. 인도의 TV와 신문 등 뉴스 매체들은 온라인으로 착륙 장면을 한 시간 전부터 생중계하거나, 착륙 카운트다운 타이머를 표시하기도 했다.
전국의 예배당에서는 찬드라얀3호의 성공을 위해 기도하는 이들로 가득찼다. 힌두교의 성지인 갠지스강에 모여 기도를 하기도 했다. 하디프 싱 푸리 인도 석유·천연가스 장관은 시크교 예배당에서 기도한 뒤 “인도는 경제적 발전뿐만 아니라 과학적 발전도 이루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이달 11일 러시아가 소련 해체 이후 47년 만에 달 탐사선 루나 25호를 발사했으나, 최종 착륙에는 실패했다. 러시아 연방우주국(로스코스모스)은 20일 루나 25호가 달 표면에 추락해 파괴됐다고 밝혔다. 작년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쟁 중인 러시아는 서방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달 탐사선을 쏘며 인도와 경쟁했다.
1957년 세계 최초로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는 등 우주 강국을 자부해온 러시아로서는 체면을 구기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