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간편 사업자등록으로 무제한 상품권 구매…제도 빈틈 노린 보이스피싱 일당 검거

경찰, 일당 65명 검거해 송치…21명 구속

사업자등록증 하루 만에…상품권 구매는 '무제한'

'저리 대출'·'꿀 알바' 접근 주의해야

지난 7월 서울의 한 백화점에서 1차 수금책이 대량의 상품권을 구매하는 모습. 사진=서울경찰청 제공지난 7월 서울의 한 백화점에서 1차 수금책이 대량의 상품권을 구매하는 모습. 사진=서울경찰청 제공




간편하게 사업자 등록증을 발급 받아 상품권을 대량 구매하는 방식으로 보이스피싱을 일삼은 일당 65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사업자 등록증을 하루 만에 발급 받아 무제한으로 상품권을 살 수 있는 제도의 빈틈을 악용한 범죄라며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24일 오전 브리핑을 열고 보이스피싱 피해금을 수거해 국외로 송금해온 일당 65명을 검거해 송치하고 이들 중 22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개인이 상품권을 구매할 경우 100만 원의 한도 제한이 있지만 사업자 등록증이 있는 경우 액수 제한 없이 살 수 있다는 점을 보이스피싱 조직이 악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상품권을 한 번에 1억 2000만 원까지 구매한 경우도 있었다.

◇'무제한' 상품권 구매해 보이스피싱 조직으로 흘러가…제도 빈틈 노린 범죄

통상 보이스피싱은 피해자에게 현금을 수거해 해외에 있는 조직원까지 전달되는 경우가 많다. 현금 거래는 수사기관의 적발을 피해가기 용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이스피싱 범죄가 늘어나며 ATM을 통한 하루 최대 현금 이체 금액이 300만 원으로 제한 되는 등 현금 거래에 제약이 생겼다.



경찰은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이 이같은 제약들을 피해 상품권 거래를 범죄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업자 등록증을 발급받아 사업자 계좌가 있는 경우 상품권 구매 가능 금액에 제한이 없다는 빈틈을 노린 것이다. 실제 범행이 이뤄진 지난 7월 서울의 한 백화점에서는 1차 수금책이 피해금으로 상품권 600만 원 어치를 한 번에 구매했다. 1차 수금책은 구매 창구에 사업자 등록증과 체크카드, 신분증만 제출했다. 판매원은 신분증을 통해 본인과 동일인인지 여부만 확인하며 응대했다. 이 1차 수금책은 간편한 절차만 걸쳐 상품권을 구매한 뒤 중간 수금책에게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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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자 등록증과 사업자 계좌는 과거에도 보이스피싱에 이용되곤 했다. 사업자 등록증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 통장을 쉽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사업자 계좌들만 따로 매입해 보이스피싱 조직에 유통시키는 범죄도 만연했다. 그러나 기존 보이스피싱 수법에 대한 금융기관의 제재가 늘어나자 제도의 사각지대인 사업자 계좌로 보이스피싱 범행이 모이고 있는 추세다. 게다가 간편 사업자 등록 제도를 통해 등록증을 빠르게 만들어 백화점 상품권을 대량 매입하는 수법으로까지 보이스피싱이 진화하고 있다.

◇상품권 구매 보이스피싱 수법 다양...‘저리 대출’·‘꿀알바’ 주의

경찰은 ‘저리 대출’이나 ‘꿀 알바’를 명목으로 접근하는 보이스피싱 수법을 주의하라고 당부했다. 경찰이 보이스 피싱 수사를 통해 파악한 상품권 구매 수법은 크게 두 가지다.

경찰이 파악한 상품권 구매를 통한 보이스피싱 수법. 3번째 ‘해외직구 대행 가장형’은 현금을 통한 보이스피싱 수법이다. 사진=서울경찰청 제공경찰이 파악한 상품권 구매를 통한 보이스피싱 수법. 3번째 ‘해외직구 대행 가장형’은 현금을 통한 보이스피싱 수법이다. 사진=서울경찰청 제공


‘상품권 구매형’의 경우 조직원은 신용 등급이 낮아 대출을 받기 힘든 사람들에게 “백화점 상품권을 사 거래 실적을 높이면 저리의 금융권 대출을 알선해 주겠다”며 접근한다. 쉽게 대출을 받고 싶은 마음에 이 수법에 걸려든 피해자들은 사업자 등록증을 발급 받아 대량의 상품권을 구매한다. 이후 중간 수금책에게 전달 하면 수금책들은 상품권을 판매소에서 현금화 해 해외 조직원에게까지 전달한다.

상품권을 구매하지 않았지만 구매한 것처럼 가장하는 ‘상품권 구매 가장형’ 수법도 활용됐다. 피해자가 공범에게 현금을 계좌이체하면 공범은 현금을 해외 조직원에게 넘긴다. 다만 이 과정에서 보이스피싱 신고가 들어와 계좌가 동결 되거나 수사당국에게 걸릴 경우 미리 만들어둔 ‘가짜 상품권 거래 명세서’를 제시해 수사망을 피해간다. 몇몇 일당들은 상품권 판매 업체인 것처럼 보이기 위해 거래 내역과 거래 명세서, 세금 계산서를 허위로 만들어 수사 당국에 제출해 수사를 피했다.

금융범죄수사대 심무송 계장은 “개인 사업자 등록증은 전날 저녁에 신청하는 경우 다음날 아침에 나올 정도로 간편하다”며 “사업자 등록 계좌나 사업자 등록증을 가지고 와서 몇 억 원 짜리 상품권을 한 번에 구입할 수 있다는 건 통상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전 거래 증빙을 가져올 경우 구매가 가능하게 하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며 “상품권은 고액권이 많아 범죄 우회 수단으로 쓰이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어 “자칫 잘못하면 범죄 조직에 포섭될 수 있는 만큼 비정상적인 요구를 받으셨다면 당장 경찰에 신고 하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박신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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