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산업단지 3대 킬러 규제’를 혁파하려는 것은 착공한 지 20년 이상 된 노후 산업단지를 기업이 투자하고 청년이 찾는 ‘산업 캠퍼스’로 변모시키기 위해서다. 지난해 말 기준 전국에 산재한 471개 노후 산단은 전통 제조업 편중, 편의시설 부족, 젊은 인력 기피 등의 문제를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데 이에 대한 근본 처방 없이는 우리 산업 전반의 활력이 저해될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다.
24일 산업통상자원부와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산단 입지 킬러 규제 혁파 방안은 △첨단 및 신산업 입주·투자 촉진 △산업·문화·여가가 어우러진 복합 공간 조성 △개발 권한 지방 위임 등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정부는 “산업단지관리제도를 민간·수요자 중심으로 30년 만에 전면 개편한다”고 설명했다.
산업부와 국토부가 제시한 20가지 세부 이행 과제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산단 조성 시 결정된 입주 업종을 준공 후 10년부터 5년마다 주기적으로 재검토하는 제도를 신설해 산업?기술 환경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하겠다는 내용이다. 아울러 전문가가 참여하는 ‘업종심의기구’를 설치해 신산업의 입주 가능 여부를 신속하고 유연하게 판정한다. 현재는 표준산업분류표에 따라 산단에 입주 가능한 업종인지를 기계적으로 결정하고 있다. 산업?기술 발전의 요람이 돼야 할 산단이 시대의 흐름에서 뒤처져 오히려 애물단지로 전락하는 일을 막아보겠다는 것이다.
사행 산업 등 일부 금지 업종을 제외한 사실상 모든 기업의 입주를 허용하는 ‘업종특례지구(네거티브존)’ 신청 요건을 완화해 실효성을 높였다. 산단 입주 기업의 공장을 금융·부동산투자회사 등에 ‘매각 후 임대(세일앤드리스백)’하는 자산 유동화를 비수도권 산단에 허용해 자금 조달의 숨통도 틔웠다.
정부는 청년 근로자를 위한 인프라 확충에 적극 나서 30%에도 미치지 못하는 34세 이하 청년층 비중을 끌어올리겠다는 복안도 내놓았다. 실제 노후 산단에는 1만 명당 카페가 11개, 편의점이 3개에 불과해 각각 전국 평균의 4분의 1 수준에 그친다. 이런 문제는 산업시설·편의시설을 함께 세울 수 있는 다목적 토지인 복합 용지 확대와 신속한 토지 용도 변경을 통해 풀어보겠다는 생각이다. 노후 산단 내 혁신·문화·편의시설 확충을 위한 구조 고도화 사업 면적도 전체의 10%에서 30%로 늘리고 개발이익 정산 방식도 일시 납부에서 연납, 분할 납부로 다양화하도록 했다. 민간으로 하여금 투자 매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장영진 산업부 1차관은 “공장 하나 더 짓는 게 아니라 근로자의 정주 여건, 편의성을 높이자는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24조 원의 투자 유인, 1만 2600명의 고용 창출 효과가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산업부와 국토부는 각 지자체가 지역 산업 육성 전략 등을 기반으로 지역 내 산단의 공간 혁신 마스터플랜을 연내 수립하는 등 지역별 특화도 유도한다. 특히 지방정부가 민간과 컨소시엄을 꾸려 지역 산단을 관광 명소화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방침이다. 자동차 산업계의 디즈니랜드로 통하는 독일 볼프스부르크시 ‘아우토슈타트’와 같은 곳을 국내에도 조성하겠다는 포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