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하루가 멀다 하고 일어나는 흉악 범죄로 우리 일상이 무너지고 있다. 최근 발생하는 흉악 범죄의 원인은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가정의 붕괴’다. 가정이 깨지면 아이의 환경 역시 파괴된다. 또래 집단에서도 아이를 배척한다. 결국 이 아이는 세상과 등진 외톨이 삶을 살아가게 된다.
둘째, ‘청년 세대의 좌절’이다. 청년들은 지금 희망 대신 좌절을 안고 살고 있다. 오늘보다 나은 내일의 삶을 기대하는 것이 어려워졌다. 극복할 수 있는 좌절은 성공을 위한 경험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지금 청년들이 느끼는 좌절은 아무리 노력해도 극복할 수 없는 괴물이 됐다. 가장 공정해야 할 대학 입시가 기득권 부모의 능력에 좌우되고 있다. 불법이든 말든 상관없다. 기득권 부모끼리 ‘품앗이’로 수시를 준비한다. 부모의 능력이 나의 미래가 되는 세상이 도래했다. 이러다 보니 청년의 좌절은 세상에 대한 미움으로 변했다. 세상에 대한 미움은 어느 날 자신의 미래를 빼앗아 간 사회에 극단적인 분노로 표출된다.
마지막으로 ‘정신 질환자들의 치료 중단’이다. 조현병은 절대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위험한 질병이 아니다. 치료받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다만 치료가 중단되면 위험해진다. 그런데 치료가 중단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우리 사회는 치료가 중단된 환자를 찾아 치료해야 한다. 국가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통해 과거 치료 기록이 있는 환자 중 병원에서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는 환자를 찾아야 한다.
범죄 대책은 이 같은 원인 분석에 경험적 연구가 더해졌을 때 비로소 마련할 수 있다. 미국에서 외로운 늑대(자생적 테러리스트) 범죄가 잇따른 2010년 2월 리언 패네타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외로운 늑대에 대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미 연방 법무부는 인력과 예산을 들여 과거 외로운 늑대와 유사한 사건 124건을 찾아내 분석했다. 이 분석을 통해 이데올로기만으로 테러를 행하는 경우는 드물고 사회 및 개인에 대한 분노가 결합돼 있다는 것, 정신 질환으로 치료를 받은 병력이 있는 사람들이 40%에 달한다는 것, 이들은 아무런 징후 없이 갑자기 극단적 행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주위 사람들에게 범행을 암시한다는 것 등을 밝혀냈다. 일본 법무성은 2000~2010년 무차별 살인 사건으로 수감된 52명에 대해 생애사 연구를 진행해 이들의 특성을 분석했다. ‘경제적 빈곤’과 ‘원만하지 않은 대인 관계’가 가장 주된 범죄 원인으로 밝혀졌다.
우리나라도 경험적 조사를 정부 차원에서 한 적이 있다. 정부는 청년기본법에 따라 지난해 7~8월 만 19~34세 1만 5000명을 대상으로 ‘청년 삶 실태 조사’를 했다. 이에 따르면 은둔형 외톨이 청년이 24만 4000명에 달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은둔 생활을 한 이유에 ‘사회에 대한 좌절로 생긴 미움’이라는 징표는 나타나지 않았다. 정부는 올해 표본을 좀 더 넓히고, 은둔 이유에 ‘대인 관계 어려움’뿐만 아니라 ‘사회에 대한 좌절로 생긴 미움’ ‘정신 질환’ ‘가정 붕괴’ 등을 별도의 항목으로 해 조사할 필요가 있다. 범죄 대책에 앞서 경험적 연구가 반드시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