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인플루엔자(AI)가 유행할 때 ‘군대에서 닭고기 요리가 많이 나왔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었어요. 그런데 민간 급식에도 이런 소문이 퍼지면 어떡하나요.”
정부가 단체급식 업계에 수산물 메뉴 활용을 활성화해달라고 요청한 데 대해 업체 관계자 사이에서는 볼멘소리가 흘러나왔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 공식력 있는 기관에서 아무리 오염수가 안전하다고 해도 국민들이 불안함을 느끼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것이다. 급식 업계는 빅5가 사업장별 입찰 방식으로 경쟁하고 있어 고객사의 목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일부 수산물의 가격이 급등하는 등 불안 심리는 시장에도 반영되고 있다. 가격비교 포털 에누리닷컴에 따르면 항공 직송 노르웨이산 연어는 가격이 2주 만에 10~20% 올랐다. 천일염·냉동수산물·건어물 등도 때아닌 대목을 맞아 가격이 뛰었다. 보이지 않는 손은 조용하면서도 신속하게 사람들의 욕구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가리킨다. 수산물을 믿고 안심하고 먹고 싶은 욕구다.
“과학적으로 안전하면 믿고 먹을 수 있다”는 명제가 성립한다면 가격이 오르는 현상을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게 된다. 앞선 정부는 원자력발전소가 과학적으로는 안전하지만 불안해보인다는 이유로 성급하게 탈핵했고 코로나19 백신 패스를 도입할 때는 국민들의 불안에도 전문가주의를 맹신해 국민들의 반감을 크게 샀다. 정부가 국민을 설득하려면 야당이 제기하는 ‘위험하다 vs 안전하다’의 정치적 프레임을 넘어 ‘불안하다 vs 안심해도 된다’의 차원도 고민해야 한다.
일본은 ‘불안전해보이는’ 오염수 134만 톤을 30년간 바다에 흘려보낸다. 이미 우리 정부는 일본의 방류 의사에 수동적인 자세로 동참하면서 신뢰를 한 번 잃었다. 야당도 반대 입장을 정치적으로만 이용한다면 NO재팬(일본산 제품 불매 운동) 때처럼 시간이 지날수록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높다. 이슈 몰이가 끝나고 나면 오염수는 회색 코뿔소처럼 익숙한 위험이 될 것이다. 일본이 약속한 방류 기준을 어기면 어떻게 할지, 감시를 어떻게 강화할지 등에 대한 세세한 대응책을 마련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