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혼자만 잘 살지 마세요” 후배 졸업생들에게 당부한 축사

서울대학교 제77회 후기학위수여식이 열린 29일 대학 정문 앞에서 졸업생들이 학사모를 던지며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서울대학교 제77회 후기학위수여식이 열린 29일 대학 정문 앞에서 졸업생들이 학사모를 던지며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연에도 손잡지 않고 살아남은 생명은 없더군요. 서울대 졸업생으로서 혼자만 잘 살지 말고 모두 함께 잘 사는 세상을 이끌어 주십시오."




29일 진화생물학자 최재천(69)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가 모교인 서울대 후기 학위수여식에서 학생들의 졸업을 축하하며 공정과 양심을 당부했다.

최 교수는 이날 축사에서 따뜻한 인재로 성장해달라고 주문했다. 그는 "공정은 가진 자의 잣대로 재는 게 아니다. 가진 자들은 별생각 없이 키 차이가 나는 사람들에게 똑같은 의자를 나눠주고 공정하다고 말하지만 그건 그저 공평에 지나지 않는다"며 "키가 작은 이들에게는 더 높은 의자를 제공해야 비로소 이 세상이 공정하고 따뜻해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평이 양심을 만나면 비로소 공정이 된다. 양심이 공평을 공정으로 승화시키는 것"이라며 양심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모름지기 서울대인이라면 누구나 치졸한 공평이 아니라 고결한 공정을 추구해야 한다"며 "여러분이 만들어갈 새로운 세상에서는 무감각하고 모르는 척 밀어붙이는 불공정한 공평이 아니라 속 깊고 따뜻한 공정이 사회의 표준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주변은 온통 허덕이는데 혼자 다 거머쥐면 과연 행복할까요"라고 물으며 "오로지 정도만을 걷는 공정하고 따뜻한 리더가 되어달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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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 사진 제공=이화여대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 사진 제공=이화여대


최 교수는 서울대 동물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에서 생태학 석사 학위를, 하버드대에서 생물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1994년 귀국해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로 재직한 뒤 2006년부터는 이화여대 석좌교수로 학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유홍림 서울대 총장은 "두려움은 마음 한쪽에 접어두고 자신이 옳다고 여기는 일을 공동체와 협력해 이뤄내길 바란다"며"우리나라와 사회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공동체를 위해 새로운 도전과 혁신의 노력을 계속해 달라"며 졸업생들의 앞길을 응원했다.

김종섭 총동창회장도 축사에서 "서울대생이라면 '내가 받은 것을 사회에 돌려주겠다는 마음'을 가슴에 남겨둬야 한다"며 "나 하나 잘사는 데 치중하는 모습은 우리 사회가 서울대인에 바라는 모습도 아니고 여러분을 가르친 목적도 아니다. 하루하루 성실하게 보내되 인생 전체는 베풀고 나누는 큰 그림을 그리길 바란다"고 했다.

졸업생 대표 연설은 독일 출신 유학생으로 정치외교학부에서 수학한 두빈스키 니나씨가 맡았다. 외국인 유학생이 졸업생 대표 연설을 맡은 건 2016년 이후 약 7년 만이다.

그는 본인을 인종과 모국어도 한국에서 태어난 학생과는 '다른 사람'이라고 소개하면서도 학교에서의 삶은 다른 졸업생들과 다르지 않았다고 분명히 했다.

아울러 "나와 '다른 사람'을 어떤 눈으로 보고 있는지 생각해 본 적이 있느냐"며 "그들을 함께 살아가는 사람으로 이해하려는 마음과 내가 이해하지 못했다고 해서 틀린 것은 아니라는 눈으로 보면 지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날 서울대 학위 수여식에선 학사 978명, 석사 1천200명, 박사 656명 등 총 2834명이 학위를 받았다.


김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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