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을 활용해 높은 정확도로 우울증을 진단하는 기술을 국내 연구진이 개발했다. 한국뇌연구원은 이찬희 인지과학연구그룹 선임연구원과 채정호 서울성모병원 교수 공동 연구팀이 머신러닝(기계학습) 기법을 활용해 우울증 환자의 다중 뇌파를 분석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30일 밝혔다. 연구성과는 국제 학술지 ‘정동장애저널’ 최신호에 게재됐다.
뇌파 분석은 정신질환을 진단하는 방법으로 활용돼 왔지만 우울증은 다른 질환들보다 증상이 다양하고 복잡해 뇌파 분석만으로는 의학적 진단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안정상태정량뇌파(REEG)’을 비롯해 ‘청각P300유발전위(P300A)’, ‘세로토닌 활성도 관련 지표(LDAEP)’처럼 환자의 활동성, 인지기능, 약물 반응 등을 알려주는 우울증 관련 뇌파 지표들이 있지만, 환자들에게서 얻은 지표의 측정값이 일관되지 않아 실제 진단에는 제대로 쓰이지 못하고 있다.
연구팀은 REEG, P300A, LDAEP 등을 포함한 뇌파에서 우울증과 관계가 깊은 30개 뇌 기능 지표를 선별한 후 이것들을 복합적으로 분석하는 다중 뇌파 분석 방법을 개발해 94.52%의 높은 정확도로 우울증 환자를 가려내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약물치료 경험이 없는 우울증 환자 31명과 정상인 31명을 대상으로 뇌파 지표를 측정한 후 우울증 진단을 시도한 결과, 하나의 지표를 사용했을 때보다 다중 지표를 사용했을 때 정확도가 더 높다는 것을 확인했다. 또 우울증 환자는 정상인에 비해 P300 지표가 더 높고 LDAEP 지표는 더 낮게 나타나는 경향성을 확인했다. 우울증 환자는 REEG도 감소했다.
이 박사는 “뇌파의 진단 능력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머신러닝을 이용한 학습모델의 개발이 중요하다”며 “향후 병원에서 우울증 환자를 진단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채 교수도 “생물학적 복잡성을 가진 우울증을 진단하는 데 뇌파 분석이 유용한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