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에 불이 나면 진화까지 얼마나 걸리고 비용은 얼마나 들죠? ”
30일 대구 북구 대구전시컨벤션센터(EXCO·엑스코)에서 개막한 ‘2023 국제소방안전박람회’ 전시장에 들어서자 전기차 화재 진압 장비 소개 부스에 바이어들이 몰려 있었다. 최근 아파트 지하 주차장 등 소방차가 진입할 수 없는 밀폐된 공간에서 전기차 및 충전 시설 화재가 잇따르면서 전기차 화재가 방재 산업에서 가장 큰 관심사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기자가 전시장을 둘러보니 4개 업체들이 현대차·쉐보레 전기차와 소화 장치를 전시해놓고 질문을 쏟아내는 바이어들을 상대하기 바빴다. 화재 시 전기차를 수조에 담그는 방식은 유사했지만 이동성, 분사 방식 등에서 업체마다 차이점이 있었다. 소방청 관계자는 “야외에서는 소방차가 전기차 화재를 진압할 수 있지만 지하 주차장 같은 곳은 진입이 어렵기 때문에 주차장 시설에 바이어들의 관심이 많다”고 설명했다.
차체 및 특장차 제조 업체인 진우에스엠씨는 이날 오전 엑스코 야외에서 무인파괴방수차로 전기차 배터리를 뚫고 물을 분사해 화재를 진압하는 모습을 시연했다. 이 장비는 소방대원이 진입할 수 없는 대형 물류센터, 화학공장 등 특수 구조물이나 전기차에서 불이 나면 파괴노즐을 관통시켜 직사방수나 분무방수로 12분 만에 불을 끄는 특수 장비다.
아파트나 상가 등 지하 대형 주차 시설에서 전기차 화재를 진압하는 장비를 소개하는 업체들도 있었다. SG생활안전과 한국소방기구제작소는 전기차충전소나 주차칸에 조성할 수 있는 전기차 자동 소화 시스템을 전시하고 있었다. 센서가 배터리 화재를 감지하면 바닥에 깔려 있던 튜브에 공기가 주입되면서 전기차를 에워싸는 수조 형태가 되고 그 안에 물이 채워져 불을 끈다. 바닥에서 1m 높이로 물이 채워질때까지 10~20분가량 걸리기 때문에 초기 대응에 도움이 된다. 현재는 주차장에 1개 시설을 구축하는 데만 5000만 원이 들어가지만 기술이 발달할수록 비용이 줄어들 것이라고 업체는 설명했다.
최근 인공지능(AI) 로봇으로 주목도가 높은 4족 보행 ‘로봇 개’가 전시돼 참가자들의 사진 세례를 받기도 했다. 영인모빌리티가 개발한 이 제품은 열화상 카메라나 센서로 화재 또는 유해가스를 찾아내는 소방용 로봇이다. 업체 관계자는 “드론이 공중용 소방에 쓰인다면 소방 로봇 개는 접근이 힘든 지상이나 계단을 오르내리는 데 용이하다”며 “상업 시설 폐점 후 화재 감시나 순찰에도 활용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19회째를 맞은 박람회는 이날부터 다음 달 1일까지 열린다. 30개국 378개 기관·단체에서 역대 최대 규모인 6만 5000여 명이 참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최대 소방장비 업체인 아랍에미리트(UAE)의 나프코도 이날 처음으로 박람회를 찾았다. 후타이파 하미디 나프코 부사장은 “우수한 방산 기술이 있는 한국 기업들과 협력하기 위해 박람회에 참여했다”며 “매년 박람회에 참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