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보건당국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1차 약가인하 대상을 공개했다. 이 중에는 스텔라라, 엔브렐 등 국내 기업이 판매를 준비 중인 바이오시밀러의 오리지널 의약품도 포함돼있어, 향후 국산 바이오시밀러의 미국 시장 가격 전략에도 관심이 모인다.
미국 보건복지부(DHHS)는 29일(현지시간) IRA에 적용받게 될 1차 약가인하 협상 대상 10개 의약품을 최종 발표했다. 약가인하 대상은 BMS·화이자의 엘리퀴스, 일라이릴리의 자디앙, 존슨앤존슨의 자렐토와 스텔라라, 머크의 자누비아, 아스트라제네카의 포시가, 노바티스의 엔트레스토, 암젠의 엔브렐, 애브비의 임브루비카, 노보노디스크의 피아스프 등이다. 모두 메디케어(Medicare) 지출액이 가장 많은 의약품 중에서 식품의약국(FDA) 허가 이후 9년 이상 제네릭이 출시되지 않은 케미컬의약품과 13년 이상 바이오시밀러가 출시되지 않은 바이오의약품이다. 공개된 10개의 의약품의 약가는 2년의 약가 협상을 걸쳐 오는 2026년 1월부터 적용될 전망이다. 다만 약가 인하는 공보험에 적용되고 사보험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약가 인하 대상이 된 100개 의약품을 제조하는 기업들은 오는 10월 1일까지 협상에 참여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거부하는 기업들은 메디케어 적용 의약품에서 제외되거나 의약품 매출액의 최대 90%에 해당하는 매출액에 대한 세금이 부과된다.
메디케어 프로그램이 해당 의약품의 매출 하락이 불가피한 만큼 제약회사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 아스텔라스, BMS, 존슨앤드존슨, MSD, 베링거인겔하임 등 제약사를 비롯해 미국상공회의소, 미국제약협회 등이 개별적으로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한국바이오협회는 “IRA에 영향을 받는 제약기업들은 점차 늘어나고 기업들의 매출 감소가 연구 개발 투자비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며 “향후 외부 기업과의 오픈 이노베이션 생태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지, 바이오의약품에 대한 투자 증가로 이어질 지 등 변화에 대해 주의 깊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내 제약업계도 미국의 약가인하 방향을 주시하고 있다. 약가 인하 대상에는 국내 기업들이 개발 중인 바이오시밀러의 오리지널 의약품인 스텔라라와 엔브렐이 포함돼있다. 스텔라라는 2025년 특허가 만료돼 바이오시밀러의 각축전이 예상되는 의약품이다. 셀트리온은 지난 6월 스텔라라의 바이오시밀러 ‘CT-P43’에 대해 품목허가를 신청했고 삼성바이오에피스는 ‘SB17’의 글로벌 허가를 준비 중이다. 동아에스티 역시 스텔라라 바이오시밀러 ‘DMB-3115’를 개발해 지난달 유럽의약품청에 품목허가 신청을 완료했다. 올해 안에 미국 FDA에도 품목허가를 신청한다는 계획이다.
엔브렐은 미국 특허가 2029년 만료 예정이어서 판매까지는 시간이 남아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유럽에서 엔브렐의 바이오시밀러 ‘베네팔리’를 판매 중이며 미국에서는 품목허가를 받고 판매를 대기 중이다.
업계는 미국 정부의 약가 인하가 국내 바이오시밀러 기업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업계관계자는 “오리지널 의약품의 약가가 인하되면 바이오시밀러도 당연히 그보다 약가를 낮춰 판매해야 할 것”이라면서도 “약가 인하로 비싼 바이오의약품에 대한 접근성이 개선돼 바이오시밀러의 수요가 더 많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왕해나 기자 haena07@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