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탈피오트






이스라엘은 경상도 크기의 면적에 900만 명이 사는 작은 나라이지만 ‘스타트업의 요람’으로 불릴 만큼 창업 강국이다.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이스라엘 스타트업이 미국·중국 다음으로 많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정보기술(IT) 보안 소프트웨어 업체 체크포인트, 최초의 인터넷 메신저 서비스 업체 ICQ, 물 처리 업체 에코랩은 이스라엘의 간판 혁신 기업들이다. 이들 회사의 창업자는 모두 이스라엘의 국방 과학기술 사관 선발 제도인 ‘탈피오트’ 출신이다. 인터넷 보안 방화벽, 자율주행 드론, 해수 담수화 등의 기술도 탈피오트의 국방 기술 상용화를 통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탈피오트 출신은 뛰어난 과학기술 역량을 바탕으로 전자전, 사이버전, 단거리 미사일을 요격하는 아이언돔 개발 등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스라엘의 기술 벤처 창업은 물론 국방력 강화를 이끄는 핵심 역할을 맡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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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피오트는 뛰어난 능력을 갖춘 과학 영재 지휘관을 양성하자는 히브리대 교수의 아이디어로 1970년에 도입됐다. 탈피오트는 히브리어로 ‘최고 중 최고’를 뜻한다. 고졸 이공계 영재 50명가량을 뽑아 히브리대에서 3년간 부대 훈련과 대학 교육을 받게 한 후 중위로 임관시키는 프로그램이다. 생도는 임관 후 2년은 야전 부대에서 복무하고 이후 4년은 이스라엘 군 연구소나 방산 업체에서 신무기 연구개발(R&D)에 참여한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한국형 탈피오트’인 국방첨단과학기술사관학교 설립을 추진하는 법안을 여야 의원 20명과 공동으로 발의했다. 고졸의 우수한 후보 생도를 선발해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교육한 후 국방 관련 연구기관에 배치해 4년간 의무복무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저출산으로 인구가 줄면서 국군의 상비 병력이 2017년 60만 명에서 2022년 48만 명으로 5년 새 10만 명 이상 줄었다. 인구 절벽의 시기에 주변 강대국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한국형 탈피오트 도입으로 군의 첨단화와 전력 증강을 추진하면서 첨단 기술 개발에 나서는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


오현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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