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이 30일 상상인저축은행과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에 ‘대주주 적격성 충족 명령’을 내리면서 두 저축은행이 사실상 매각 수순을 밟게 됐다. 총자산 규모가 업계 7위에 해당하는 저축은행이 시장 매물로 나올 경우 저축은행 업계 인수합병(M&A)에 큰 장이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 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날 정례회의를 열고 두 저축은행에 ‘대주주 적격성 충족 명령’을 내렸다. 이번 명령에 따라 상상인·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의 실소유주인 유준원 ㈜상상인 대표가 대주주 자격을 유지하려면 2주 안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두 저축은행은 ㈜상상인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으며 ㈜상상인은 유 대표가 지분 23.33%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기간 내에 문제가 해소되지 않으면 금융위는 6개월 내 대주주 보유 지분을 일부만 남기고 강제 매각하라고 명령할 수 있다.
이번 결정은 대법원이 올해 5월 유 대표 및 두 저축은행이 금융위를 상대로 낸 중징계 취소 소송에서 금융위의 손을 들어준 데 따른 결과다. 앞서 금융위는 2019년 상상인·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과 유 대표에 대해 영업 구역 내 의무 대출 비율 미준수 및 허위 보고, 불법 대출 혐의 등으로 중징계를 내린 바 있다. 두 저축은행에는 총 15억 2100만 원의 과징금이 부과됐고 유 대표는 직무 정지 3개월 처분을 받았다.
유 대표가 대주주 자격을 유지하려면 과거 중징계 사안을 2주 내에 해결해야 하지만 사실상 단기간 해결은 불가능하다는 게 금융권의 중론이다. 결국 대주주 지분 강제 처분 명령이 내려지면 대형 저축은행이 매물로 나오게 되는 셈이다. 비슷한 사례로 다올저축은행의 전신인 유진저축은행은 과거 유진기업이 레미콘 사업 입찰 담합으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벌금을 부과받으면서 대주주 적격성 이슈가 불거졌고 결국 다올투자증권에 매각된 바 있다.
한편 대형 저축은행이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커지면서 금융권에서는 저축은행 M&A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두 저축은행의 자산은 총 4조 7994억 원으로 상상인이 3조 2867억 원, 상상인플러스가 1조 5637억 원을 보유하고 있다. 자산순으로는 업계 7위에 해당한다. 아울러 저축은행 업계에 따르면 한화그룹도 현재 한화저축은행 매각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저축은행 인수에 나설 회사로는 사모펀드(PEF)·우리금융지주 등이 거론된다.
저축은행 M&A 기준도 최근 대폭 완화됐다. 금융위는 앞서 비수도권 저축은행의 영업 구역 확대 및 관련 규제 완화를 골자로 하는 ‘저축은행 대주주 변경·합병 인가 기준 개정안’을 발표하고 7월 18일부터 적용한 바 있다. 적기 시정 조치 대상이 되는 저축은행 등의 경우 수도권 저축은행일지라도 규제 완화가 가능하다.
다만 유 대표와 ㈜상상인이 금융 당국의 적격성 심사를 문제 삼아 행정소송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금융 당국은 매년 정기적으로 9월 말까지 저축은행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실시하고 그해 12월 금융위 안건으로 올려왔다. 하지만 상상인 계열 저축은행에는 이례적으로 정기 심사가 아닌 수시 심사를 진행한 만큼 유 대표가 절차상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