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면 수업과 외국 관광객 귀환에도 대학가 상가 공실률이 답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학들이 2학기 개강 시즌을 맞았지만 그나마 인건비 등 고정 지출이 적은 소규모 점포만이 텅 빈 대학가 앞을 채우는 모양새다. 장기간 경기 불황이 이어지면서 투자·소비 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대학 상권 회복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3일 서울경제신문이 찾은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인근은 그야말로 ‘유령 도시’ 같았다. 1층 점포 3분의 1 가량에 ‘임대’ 현수막이 나부끼고 있어 거리 자체가 텅 빈 느낌이었다. 이 일대는 코로나19 시기 이전 중국인 사이에서 관광객 명소로 통하며 화장품·옷 가게가 즐비했다. 인근 공인 중개사 A 씨는 “이대 앞 임대료가 타 지역에 비해 비싼 편이지만 상권이 활발하던 코로나 전과 비교해 임대료가 안 떨어져 들어오려는 사람들이 없다”고 말했다.
고물가에 시름하는 자영업자들은 인건비와 전기 요금 등 고정 지출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소규모 점포로 눈을 돌리고 있다. 최근 개강을 앞두고 그나마 작은 평수의 점포를 중심으로 입점 문의가 들어온다는 게 대학가 공인중개사들의 설명이다. 한국부동산원의 ‘2023년 2분기 상업용 부동산 임대동향조사’에 따르면 신촌·이대 지역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6.9%로 전기와 동일하지만, 소규모 상가 공실률(9.0%)은 전기 대비 3.3%포인트(P) 하락했다.
이화여대 앞에서 30년 가까이 부동산을 운영했다는 윤 모 씨는 “작년 11월 이후 소규모 점포 임대 계약을 30개 이상 중개했다”며 “대부분 포장 전문 카페·무인 셀프 사진 스튜디오·탕후루 가게 등 고정 지출이 적은 업종”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 일대 10평 남짓한 1층 상가 임대료 시세는 보증금 5000만 원~1억 원에서 월세 200만 원~500만 원 사이에 형성돼 있다. 혼자서 포장 전문 카페를 운영하는 30대 김 모 씨는 “전기료, 가스비, 인건비 안 오른 게 없다”며 “임대료 내기에도 빠듯한 상황이라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면 남는 게 없다”고 인상을 찌푸렸다.
서울 지하철 2호선과 7호선이 교차해 유동 인구가 많은 건대입구역 부근 상권 역시 사정은 다르지 않다. 음식점·술집이 많은 ‘건대 맛의 거리’ 인근 점포들도 4~5곳 중 1곳 꼴로 공실이다. 이 지역 중대형 상가 공실은 9.1%로 전기 대비 1.3%P 증가했다. 이 지역 임대료는 1㎡당 6만 9000원으로 서울 평균 중대형 상가 임대료(5만00원)을 한참 웃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고물가·고금리로 인한 경기 불황이 이어지며 대학가 상가 시장은 여전히 침체돼 있다”며 “특히 이대·신촌은 과거 쇼핑 트렌드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간 만큼 새로운 트렌드를 선도하지 않으면 상권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