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전통적인 핵심 무기인 가전을 넘어 에너지, 냉·난방 공조 등을 망라하는 ‘스마트 홈 솔루션’을 제공하겠다고 선언했다. 가전회사의 한계를 넘어 글로벌 시장의 판도를 바꾸겠다는 구상이다. 244억 달러(약 32조 2400억 원) 규모를 갖춘 ‘본고장’ 유럽 빌트인 시장에서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겠다고 의지를 불태웠다.
류재철 LG전자 H&A사업본부장(사장)은 2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고 있는 IFA 2023 LG전자 전시 부스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빌트인을 포함한 혁신적인 생활가전 기술과 앞선 에너지 기술, 차원이 다른 업(UP)가전 등을 통합한 스마트 홈 솔루션을 제공할 것”이라고 가전 사업 전략을 밝혔다.
류 사장이 밝힌 ‘스마트 홈 솔루션’ 개념은 7월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업가전 2.0 공개 행사 때 이미 공개된 바 있다. 당시 류 사장은 “고객이 가사로부터 해방되고 절약된 시간을 더 가치있게 보내도록 하는 것이 기본 사업 방향”이라며 가전 뿐 아니라 서비스 등 무형(논-하드웨어) 영역까지 사업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IFA 전시에서 관람객들의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제품 중 하나인 ‘LG 스마트코티지’는 이같은 스마트 홈 솔루션을 집대성한 사례라는 설명이다. 스마트코티지는 LG의 프리미엄 가전 뿐 아니라 고효율 히트펌프 냉난방시스템 ‘써마브이 모노블럭’을 설치했다. 태양광으로 에너지를 확보해 가정용 에너지저장장치(ESS)에 저장하고, 고효율 가전으로 소비량을 줄여 ‘지속가능한 주거 생활’을 제시했다. 류 사장은 “한국에서 먼저 출시가 된다고 보면 될 것”이라며 “해외 시장에서도 콘셉트를 소개한 이후 여러 지역에서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유럽도 그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LG전자는 고효율 냉난방공조 사업 분야에서 2030년까지 글로벌 선두권 업체로 도약하겠다는 계획이다. 유럽 히트펌프 시장은 에너지 위기와 맞물려 2020년 약 60만 대에서 2027년 250만 대 수준으로 4배 이상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LG전자는 써마브이를 앞세워 유럽 시장에서 판매량이 지난해 대비 3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유럽이 본고장인 빌트인 시장에서도 공략을 강화해 나가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유럽 빌트인 시장은 2022년 기준 244억 달러 규모로 글로벌 빌트인 시장의 약 40%를 차지했다.
LG전자는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은 초(超)프리미엄 빌트인 브랜드인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에 이어 보다 대중적인 수요를 공략하기 위한 ‘매스 프리미엄’ 제품군(인스타뷰 오븐, 식기세척기, 후드 일체형 인덕션 등)을 공개하면서 공략에 박차를 가했다. 프리미엄 빌트인 제품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 본고장인 유럽에서의 영향력을 높여가겠다는 구상이다.
이와 함께 누구나 스마트 홈 솔루션을 비용 부담 없이 경험할 수 있도록 원가 경쟁력과 성능을 함께 갖춘 가전용 인공지능(AI) 칩(DQ-C)와 운영체제(OS)를 개발했다. 이를 향후 보급형 제품까지 LG 생활가전 전 제품군으로 폭넓게 적용해 나갈 방침이다.
류 사장은 이번 IFA 전시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제품으로 독일 가전 브랜드 밀레의 ‘스타일러’를 꼽았다. 그는 “전혀 예상을 못했는데, 스타일러가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는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스타일러 같은 신(新) 가전을 시장에 혼자 알리는 건 애로가 많았는데 시장을 키울 수 있는 파트너가 늘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최근 삼성전자(005930)와 글로벌 스마트홈 플랫폼 협의체 HCA의 표준 적용으로 각 사의 제품을 연동하겠다고 밝혔던 계획과 관련해서는 “고객 관점에서 보면 언젠가 연결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고 연내가 하겠다고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경쟁사의 상세 기능을 알 수 없어서 온·오프, 모니터링 등 기능들만 프로토콜에 정의돼 있다”며 “현재로서는 단순 제어 기능 외에 계획은 없지만 진화의 가능성은 충분히 열려 있다”고 부연했다.
류 사장은 “워시타워나 인스타뷰 오븐 같은 혁신 제품들, 스타일러나 틔운 같은 신가전들과 신사업 영역들에서 최고의 제품을 최고의 품질로 승부하면서 사업 우위를 확보해 왔고 성장해왔다”며 “산업 내에서 한 발 먼저 우리의 주도로 사업해가면서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