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중국 금융기관의 양도성예금증서(CD) 발행 규모는 5조 5000억 위안(약 7661억 달러)으로 2005년 첫 상품 출시 이래 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중국의 소비자와 기업들이 부동산과 주식에서 자금을 빼내 은행에 집어넣고 있는 것이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로이터 등 외신들은 중국 기업들의 차입 감소와 가계의 대출 조기 상환이 이어지자 중국의 ‘대차대조표 불황’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대차대조표 불황이란 리처드 쿠 노무라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가 만든 용어다. 자산 가치 하락의 여파로 가계와 기업이 빚을 갚는 데 집중하는 바람에 소비와 투자 감소로 발생하는 일본식 경기 침체를 뜻한다.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중 부동산 관련 업종의 비중은 25%에 이른다. 부동산 부문은 가계 자산의 59%, 전체 투자의 24%, 고용의 25%, 대출의 20%를 차지한다. 높은 부동산 의존도는 중국 경제의 부메랑이 되고 있다. 추가적인 가격 하락 전망에다 주요 부동산 개발 업체들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 등으로 주택을 팔아 대출을 갚으려는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중국 모기지 조기 상환 규모는 전체 대출 잔액의 8%에 육박했다. 다급해진 중국 정부는 초과 저축을 소비로 전환하기 위해 첫 주택 구입 때 계약금 비중 하향, 예금 금리 인하 조치 등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다수의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중국의 부동산 가격 상승률과 도시화 비율이 거품 붕괴 이전의 일본보다 낮다는 이유 등으로 대차대조표 불황 우려가 과도하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수출·투자가 부진한 가운데 부동산 시장 침체와 내수 둔화가 장기화할 경우 중국 경제의 디플레이션 위험이 커지게 된다. 또 중국 정부가 부동산 시장 활성화에 정책 자원을 집중할 경우 구조 개혁과 첨단 산업 육성을 위한 자금 유입이 늦어지면서 중국이 ‘중진국 함정’에 빠질 수 있다. 중국 부동산 시장의 향배에 따라 한국 경제도 큰 영향을 받게 되므로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