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 산업의 핵심 성장축이 인공지능(AI)으로 넘어가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연관 반도체의 성장세도 빨라지고 있다.
4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최근 시장조사 업체 옴디아는 연초 50%대 수준으로 봤던 HBM 시장의 올해 연간 성장률을 100% 이상으로 상향 조정했다. 옴디아는 내년 성장률도 100%가 넘을 것으로 봤다. 지난해를 기점으로 보면 시장이 4배 이상 커지는 셈이다.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는 이미 내년도 HBM 생산 능력(캐파)을 2배 이상으로 늘려 잡은 상태다.
양사의 HBM 주도권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승기는 SK가 잡았다. 삼성전자의 2분기 D램 시장점유율이 전 분기 42.8%에서 38.2%로 4.6%포인트 하락한 반면 SK하이닉스는 31.9%로 같은 기간 7.2%포인트 상승하면서다. HBM 판매 확대를 발판 삼아 1분기 18.1%포인트였던 삼성전자와의 점유율 격차를 6.3%포인트까지 줄인 것이다.
삼성전자도 ‘큰손’ 고객사인 AMD와 엔비디아에 HBM3 공급을 앞두고 있다. 엔비디아 한국 지사는 생산관리직(Factory Production Planner) 채용에 나서며 해당 직무와 관련된 협력 업체로 ‘삼성 파운드리’를 직접적으로 명시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3분기 말 엔비디아와의 HBM3 검증 절차를 마치고 4분기부터 본격적으로 제품을 공급할 것으로 예상한다.
증권가에서는 엔비디아 공급을 기점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HBM 점유율 차가 빠르게 좁혀질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HBM 점유율은 SK하이닉스 50%, 삼성전자 40%, 미국 마이크론 10% 수준이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HBM 5세대 제품인 HBM3P에 대해서도 4분기 엔비디아·AMD에 샘플 공급이 예상돼 경쟁사와의 점유율 격차를 빠르게 축소할 것”이라며 “2024년 삼성전자 HBM3 고객은 최대 10개사로 올해 대비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