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재테크

"잠재 부실 대비하자"…지원대상 220만→375만명으로 확대

■새출발기금 1년 더 연장

9월부터 코로나 대출 만기 도래 속

자영업자 다중채무자·연체율 늘어

고금리로 어려운 차주 지원도 필요

부실채권 7.5조원 추가 매입 계획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해 10월 우리은행 소상공인·자영업자 새출발기금 전담 창구를 방문해 자영업자의 애로 사항을 직접 청취하고 있다. 연합뉴스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해 10월 우리은행 소상공인·자영업자 새출발기금 전담 창구를 방문해 자영업자의 애로 사항을 직접 청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금융 당국이 새출발기금의 신청 기한을 1년 더 연장하고 지원 대상도 확대하기로 한 것은 코로나19 때 만기 연장 및 상환을 유예해준 부채 만기가 이달부터 돌아오기 때문이다. 일각에서 최근 자영업자 가운데 다중채무자가 늘고 이들의 연체율도 뛰면서 ‘부실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새출발기금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실제로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9일 예정에 없던 브리핑을 자처하며 “(코로나19 금융 지원 조치 종료로) 부실이 불가피한 경우 새출발기금 등으로 정책 대응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국이 시장의 우려를 덜겠다며 거론한 새출발기금은 일종의 채무 조정 프로그램이다.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자영업자 중 대출을 90일 이상 연체한 차주의 원금을 많게는 80%나 탕감해줄 정도로 지원 수준이 높다. 원금 감면 대상에 오르면 이자와 연체 이자도 전액 깎아준다. 만에 하나 연쇄 부실이 발생하더라도 이를 덮을 수단을 마련해둔 만큼 부채 연착륙이 가능하다는 게 당국의 입장이다.

특히 당국은 더 큰 부실에 대비해 새출발기금의 적용 폭도 넓히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당국은 지원 조건을 ‘코로나19 시기 피해를 본 사업자’ 대신 ‘연 매출 8000만 원 이하 사업자’로 바꾸는 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전과 달리 사업자가 코로나19 사태로 피해를 봤는지를 증명할 필요가 없어져 지원이 보다 빠르고 폭넓게 이뤄질 수 있다는 의미다. 당국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가 사실상 마무리된 지금 코로나19 피해를 기준으로 자격 요건을 따지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봤다”면서 “경기 침체와 고금리에 어려움을 겪는 차주 전반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개편에 따라 지원 가능 대상은 기존 220만 명에서 많게는 375만 명까지 155만 명이 늘어날 것으로 당국은 추산한다. 정부가 떠안는 부실채권 규모도 37조 5000억 원으로 기존 30조 원에서 7조 5000억 원 더 늘릴 계획이다. 그간 새출발기금을 지원받은 차주의 1인당 평균 채무액(1억 5000만 원)과 추가로 늘어날 부실 차주(5만 명)를 감안해 산정한 수치다. 금융위는 “새출발기금을 보다 폭넓게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살펴보고 있다”면서 “지원 대상과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며 부처 간 추가 협의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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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이 지원 대상을 조정하는 것은 미뤄둔 상환 시점이 다가오면서 부실 차주가 전보다 늘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금융위에 따르면 당장 상환 유예 잔액(원금 상환 유예+이자 상환 유예) 중 이자 상환 유예 잔액만 6월 말 기준 1조 1000억 원에 달한다. 이자 상환 유예 잔액은 원금은커녕 이자도 갚지 못하는 차주의 대출이라 상환 시점에 부실로 잡힐 가능성이 특히 높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그간에는 이자만 내면 되게끔 대출을 관리해왔지만 ‘이제부터 원금을 함께 갚으라’고 했을 때 차주가 이를 감당할 수 있을지가 불확실하다”면서 “드러나지 않은 부실이 더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원금 상환 유예 잔액에도 부실 뇌관이 숨어 있다. 원금 상환 유예 차주의 경우 올해 거치 기간이 끝나는 만큼 분할 상환을 시작해야 하는데 이들이 당장 원리금을 감당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실제 개인사업자의 대출 연체율 추이를 보면 지난해 말 0.58%에서 올 3월 0.86%로 뛰는 등 자금 사정이 전보다 나빠지고 있다. 블룸버그 산하 연구기관인 블룸버그인텔리전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상환 유예가 종료되면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위주로 시중은행의 대출 연체율이 계속 올라갈 수 있다”고 진단했다.

만기 연장이나 상환 유예 실적에 잡히지 않는 부실 차주도 문제다. 이를테면 유예 조치가 적용된 대출의 상환 시점이 다가오자 2금융권 등에서 돈을 빌려 빚을 돌려 막는 경우다. 실제 1분기 자영업 다중채무자의 대출 잔액은 737조 5000억 원으로 지난해 4분기보다 2.4%(17조 2000억 원) 더 늘었다.

당국 관계자는 “만기 연장과 상환 유예 조치는 순조로운 연착륙 추세를 그리고 있다”면서도 “그간 새출발기금을 찾는 차주가 당초 예상보다는 적었는데 앞으로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새출발기금을 운용하는 한국자산관리공사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채무 조정 신청자는 3만 3022명이다. 금액 기준으로는 5조 479억 원이 신청됐다. 이 중 부실채권을 매입해 원금을 감면해주는 ‘매입형 채무 조정’을 통해서는 8992명(채무 원금 6480억 원), 금리와 상환 기간을 조정해주는 ‘중개형 채무 조정’으로는 8647명(채무액 5540억 원)의 조정이 확정됐다.

일각에서는 새출발기금을 통한 채무조정 시 금융거래에 제약을 받는 탓에 신청 실적이 당초 기대치를 밑돈다는 지적도 나온다. 채무조정 대상은 2년간 신규대출이나 카드 이용·발급을 할 수 없다.


김우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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