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을 포함한 심뇌혈관질환의 골든타임을 확보하려면 진료체계 구축과 연계가 시급합니다. 포괄적 뇌졸중센터를 세우는 데 그치지 말고 뇌졸중 급성기 치료에 참여하는 전문의와 간호인력, 소방청 간 긴밀한 연대 합의가 담보돼야 지속적인 진료의 질 관리가 가능하죠. "
2일 부산 해운대 백병원 대강당에서 열린 2023년 한국뇌졸중네트워크(KSN 2023·Korean Stroke Network)에서 차재관 대한뇌졸중학회 질향상위원장(동아대병원 신경과 교수)은 "뇌졸중 안전망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뇌졸중 네트워크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뇌졸중학회가 주최한 이날 심포지엄에는 대한신경집중치료학회, 대한신경과학회, 대한신경중재치료의학회 등 유관학회 관계자 뿐 아니라 뇌졸중센터에 근무하는 전문의, 전공의, 간호사, 소방청 외에도 보건복지부에서 실무를 담당하는 정부관계자 200여 명이 참석했다.
뇌졸중은 크게 뇌혈관이 혈전 등으로 막혀 발생하는 뇌경색과 뇌혈관이 갑자기 터져 발생하는 뇌출혈로 나뉜다. 국내에서는 매년 10만~15만 명의 환자가 새롭게 발생할 정도로 흔한 질환이다. 초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그 숫자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뇌졸중학회는 2018년부터 전국 어디서나 표준화된 뇌졸중 급성기 치료가 가능하도록 뇌졸중센터 인증사업을 시작했다. 전체 뇌졸중의 80%를 차지하는 급성기 뇌경색 환자의 경우 3~4시간 이내 재관류 치료가 이뤄져야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다. 재관류치료는 혈전용해제를 사용해 혈전을 녹이거나 기구를 뇌혈관에 삽입해 혈전을 제거하는 시술을 말한다. 현재 학회의 인증을 받은 총 83개 뇌졸중센터 중 70여 곳에서 재관류 치료가 가능하다.
차 위원장은 "뇌졸중센터 인증기관을 더욱 확대하는 동시에 인증된 뇌졸중센터의 질관리를 통해 뇌졸중 치료의 질향상을 함께 추구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뇌졸중센터 모범인증병원 9곳과 뇌졸중등록사업 우수병원 3곳에 대한 시상이 이뤄졌다.
학회는 최근 사회적 문제로 급부상한 '응급실 뺑뺑이'를 해소하려면 병원 전 단계부터 전문적인 개입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뇌졸중 치료 역시 환자가 응급실에 도착하기 전인 119 이송 과정부터 시작된다는 것이다. 배희준 대한뇌졸중학회 이사장(분당서울대병원은 신경과)은 "119 구급대와 뇌졸중 의료진 간의 소통은 환자를 파악하고 치료 계획을 세우는 데 중요하다. 이러한 소통을 통해서만 뇌졸중 치료의 골든타임을 지킬 수 있다"며, "이번 심포지엄에서 소방청과의 논의와 협력을 통해 뇌졸중 환자의 신속한 이송과 치료 연계 시스템이 전국적으로 구축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부도 뇌졸중을 포함한 심뇌혈관질환의 골든타임 사수와 안전망 구축을 위해 현장 의료진들과 스킨십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7월 말 복지부가 발표한 ‘제2차 심뇌혈관질환관리 종합계획’에는 권역 내 전문의들이 직접 소통해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병원을 신속하게 정할 수 있도록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2027년까지 응급환자가 적정 시간 내 병원에 도착할 확률을 심근경색 58%, 뇌졸중 62% 등 10%포인트씩 올리겠다는 방안이 담겼다. 현재 14개 진료권에 지정 운영 중인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를 추가 지정하고, 지역센터를 지정해 모든 진료권별 대응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이경복 대한뇌졸중학회 정책이사(순천향대서울병원 신경과 교수)는 "심뇌혈관 관리 종합계획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충분하고 지속적인 정부의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정부의 계획대로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기에는 뇌졸중 전문의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며 "뇌졸중 전문의를 확보할 수 있는 방안 마련과 함께 뇌졸중 집중치료실, tPA 혈전용해술 수가, 뇌졸중 진료 수가 개선과 당직비 등이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