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공공건축물이란 그곳의 사용자가 좋아하는 건축 공간입니다. 사용 시간대도 각기 다양하겠죠. 그리고 좋아한다는 감정도 사람이나 입장·여건·편리성 등에 따라 다양합니다. 그래서 각각의 공공 건축 공간은 다 개별적이라는 사실을 간과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같은 사람이라도 어느 공공 공간이 오늘은 좋고 내일은 지루하거나 싫어질 수 있기 때문에 공공 공간의 다양화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고정관념을 탈피한 설계가 돋보인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신길중학교를 설계한 이현우 이집건축사사무소 대표는 좋은 공공건축물에 대한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그는 건축 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고유의 입지와 그 물리적·공간적 맥락을 꼽았다. 이 대표는 “건축물마다 주어진 인문사회학적 맥락이 다 다르다”며 “새로운 프로젝트는 항상 새롭게 시작한다. 주어진 대지가 가진 필요와 주변 맥락, 프로그램이 가지는 속성에 따른 과제에 가장 적합한 솔루션이 무엇인지에 집중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이끄는 이집건축사사무소는 신길중학교 이전에 서울 강서구 마곡동 공항고등학교를 설계했는데 두 학교의 설계 방향은 완전히 다르다. 그는 “공항고등학교는 2016년, 신길중학교는 2018년에 설계를 시작해서 2년 간격으로 설계됐지만 그 결과물은 확연하게 다르다”며 “공항고등학교는 아트리움이 특징인 ‘몰’ 타입의 학교이고 신길중학교는 마당이 어우러진, 낮게 펼쳐진 학교”라고 말했다.
어떤 건축물로부터 영감을 얻느냐는 질문에 이 대표는 “요즘에는 깔끔하게 단장되고 흥미로운 어떤 새로운 건축물보다는 과거의 오래되거나 꾸미지 않은 장소, 손도 많이 타서 더러 때도 묻은 건축물과 공간들, 건축적인 자연경관 등 여기에 깃든 사연을 반추하게 하는 공간과 장소에 더 마음이 가고 영감을 받는다”고 했다.
일반인이 일상 속에서 건축물을 감상하는 방법도 소개했다. 이 대표는 “아무런 사전 지식 없이 방문해서 느껴 보거나 혼자 조용히 또는 여럿이 시끄럽게 느끼는 등 각자에게 맞는 감상 방법이 있다”며 “어디서든 열린 마음으로 건축물이나 공간을 의식적으로 보는 연습을 하면 나름 본인만의 감상 노하우를 터득하게 되고 좀 더 몰입감 있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사비 급증에 따라 어려워진 공공건축물 설계 환경에 대한 아쉬움도 내비쳤다. 이 대표는 “올해 단가에 맞춰 설계를 하고 공사 발주를 해도 내년 공사에서는 감당할 수 없이 오른 공사비 때문에 설계를 변경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밝혔다. 그는 “공공건축물의 품질은 예산에 비례한다”며 “공공건축물의 품질은 그 사회가 가진 역량의 바로미터인데 공공건축물 품질이 낮다면 그것은 단순히 전체 재원의 부족 문제뿐 아니라 그 사회와 구성원들이 추구하는 가치의 우선순위가 무엇인지도 말해주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품질을 높이는 데 필요한 예산 확보를 위해 여러 분야의 전문가, 각계각층 사회 구성원들의 관심과 지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