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가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 방중에 맞춰 발표한 신형 스마트폰 ‘메이트60 프로’가 자체 제조한 7나노(㎚·10억분의 1m) 프로세서를 탑재한 것으로 확인되며 파장이 일고 있다. 중국은 55조 원에 달하는 초대형 투자 펀드를 조성해 반도체 기술력 따라잡기에 나선다는 목표다. 이에 미국이 추가적인 대 중국 제재에 나설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다.
6일(현지 시간) 반도체 분석기관 테크인사이츠는 화웨이가 최근 발표한 메이트60 프로에 적용된 ‘기린9000s’ 모바일AP가 SMIC 7나노 공정에서 제조됐다고 추정했다. SMIC는 중국 최대 파운드리 업체로 지난해에도 7나노 암호화폐 채굴칩을 만든 바 있다. 7나노 양산 소식에 전날 홍콩 증시에서 SMIC 주가는 11% 이상 뛰었다.
SMIC는 삼성전자(005930)와 TSMC가 사용하는 극자외선(EUV)보다 파장이 긴 구형 심자외선(DUV)으로 7나노를 구현했다. 과거 TSMC가 7나노 구현에 썼던 방식과 유사해 관련 기술이 유출됐다는 의심이 따른다. 미국은 EUV 장비 제조사인 ASML의 대 중국 수출을 막았지만 DUV는 제한하지 않아 화웨이와 SMIC는 지난해부터 중고 DUV 장비를 대거 인수해왔다. 파운드리 선진국과 3~5년의 기술 격차가 있지만, 그간 한국과 대만만이 생산하던 7나노 반도체를 중국에서 양산했다는 사실이 충격적이다. 블룸버그는 “미국의 압박을 우회하려는 중국의 노력이 빠르게 진전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중국은 초대형 반도체 펀드를 조성해 기술 격차를 더욱 좁힐 계획이다. 로이터는 “중국이 3000억 위안(약 55조 원)에 달하는 반도체 제조 장비 지원 펀드 구성을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관영매체도 기세를 올리고 있다. CCTV는 뤼팅제 중국우정전신대학 교수의 입을 통해 “3~5년의 격차는 서방 기술 진보속도에 맞춘 기준으로 중국은 이를 초월할 수도 있다”고 자신했다. 충격에 빠진 미국은 더욱 강력한 제재를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로이터는 “메이트60 프로 분석결과가 미국 상무부 산업보안국 조사를 촉발할 가능성이 있다”며 “미국 하원이 준비 중인 중국 견제 법안이 더 엄격해질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