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 취임한 김현진 NH벤처투자 대표는 이스라엘의 한 벤처캐피털(VC)과 1000억 원 규모 공동펀드 조성을 추진했다. 다른 금융지주사 산하 기업형벤처캐피털(CVC)에 비해 설립(2019년)이 늦은 상황에서 회사를 성장 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본 것이다.
NH캐피탈 출신으로 NH벤처투자에 합류한 김모 투자운용본부장(CIO)의 판단은 달랐다. 그는 협력에 따른 기대 효과가 낮고 아직 시기상조라고 생각했다. 최고경영자(CEO)와 CIO의 생각이 정면으로 부딪힌 셈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김 대표와 김 CIO는 투자 방향을 놓고 자주 충돌했고 둘 사이의 갈등의 골은 깊어졌다.
NH농협금융지주의 CVC인 NH벤처투자에서 경영진 간 갈등이 불거지면서 뒷말이 흘러나온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NH벤처투자에서 펀드 운용을 지휘했던 김 CIO가 최근 투자운용본부에서 경영지원본부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6일 확인됐다. 현재 NH벤처투자의 CIO는 공석이다.
업계에서는 펀드 운용을 총괄하는 CIO가 관련 업무에서 배재된 징계성 인사로 보고 있다. 김 대표가 올 초 CEO가 된 만큼 조직 운영의 주도권을 두고 갈등이 빚어진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김 대표는 SBI인베스트먼트(019550)(019550)와 코오롱인베스트먼트를 거쳐 올 초 NH벤처에 합류했다. 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펀드 운용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CIO에 대한 직무배제는 흔치 않은 사례”라며 “여러 사안에 있어 양측의 갈등이 심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NH벤처투자 안팎에서는 김 CIO는 김 대표가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고 봤다는 얘기도 있다. 김 대표는 CIO 직무배제에 대해 “회사 규정에 따라 이뤄진 조치이고 구체적인 이유는 개인 정보에 해당하기 때문에 밝힐 수 없다”며 “CIO가 직무에서 배제되긴 했지만 전문성이 높은 대체 인력들이 있어 펀드 운용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CIO 공백이 장기화할 경우 펀드 운용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김 CIO가 직무에서 배제된 이후 몇몇 펀드의 핵심운용인력이 교체된 것으로 알려졌다. NH벤처투자는 농협금융과 농식품 모태펀드, 정책금융기관에서 출자받은 자금으로 조성한 2611억 원 규모의 벤처펀드를 운용 중이다. NH농협금융지주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NH농협금융지주 관계자는 "이번 인사 조치는 농협금융지주 측에 김 CIO 개인에 대한 부정적인 제보가 접수됐고, 지주 준법지원부 조사를 거쳐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회사 측은 구체적인 사유에 대해선 말을 아꼈지만, 김 CIO가 NH캐피탈에 근무할 시절의 일을 문제로 삼은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