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부터 7675개 제네릭(복제약)의 약가가 일제히 인하되며 제약 바이오 업계에 후폭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020년 6월 건강보험 급여 목록에 등재된 제네릭의 최고가 요건으로 ‘생물학적 동등성(생동성) 시험 직접 수행’과 ‘등록된 원료 의약품 사용’을 내세웠다. 올해 2월 말까지 자료를 제출하면 기존 약가를 유지하고 충족하지 못할 경우 15%씩 약가를 깎는다는 것이 골자다.
같은 성분으로 건보 급여에 등재된 제네릭이 20개 이상이면 요건 충족 여부와 관계없이 약가가 더 떨어지는 일명 ‘계단형약가제도’도 시행됐다. 21번째로 급여 등재되는 제네릭은 생동성 시험을 직접 수행하고 등록 원료 의약품을 사용했더라도 더 낮은 가격을 적용받는 구조다.
이번 정책은 제네릭에 대한 정부의 부정적인 시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실제 복지부는 이번 약가제도 개편의 명분으로 공공연하게 ‘제네릭 난립’을 지목했다. 2018년 고혈압 치료제 성분인 발사르탄에서 발암 가능 물질인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이 검출돼 대규모 판매 중지 사태가 벌어지자 “제네릭이 너무 많은 게 문제”라며 규제의 칼날을 꺼냈다. 하지만 NDMA는 애당초 발사르탄 원료의 규격 기준이 없는 물질이었다. 정부도 허가를 내줄 당시 NDMA 검출 위험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NDMA 검출 시험 범위는 물론 기준치도 파동 이후에 만들어졌다.
과연 진단만 틀렸을까. 제네릭은 오리지널의약품(신약)의 특허 만료 이후 동일 성분으로 만든 제품이다. 임상시험 대신 생동성 시험만 수행해도 허가를 내주는 것은 저렴한 가격으로 같은 효과를 내는 제네릭의 순기능 때문이다. 중소 제약사들은 생동성 시험을 타 업체에 위탁해 공동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정부가 생동성 시험의 직접 수행을 제네릭 최고가 요건으로 내세운 것은 이런 ‘위탁 제네릭’을 규제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하지만 생동성 시험을 직접 시행하지 않는 것과 제네릭 품질 사이에 연관성이 있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20번째 제네릭까지만 품질이 보장된다는 근거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정부는 “이번 가격 인하로 2970억 원의 건보 재정이 절감된다”고 자화자찬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정식 절차를 거쳐 허가를 받은 제네릭들이 무더기로 사라졌다. 그 손실은 대부분 중소 업체들이 떠안았다. 일선 약국과 의약품 도매 업체들은 여전히 약가 인하에 따른 반품, 차액 정산 등으로 혼란을 겪고 있다. 모든 정책에는 빛과 그늘이 존재한다. 그러나 뚜렷한 기준도, 명분도 없는 정책은 일방통행식 관치(官治)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