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제도

[기자의 눈] 해외에는 감리제도가 없다

■건설부동산부


“해외에도 감리 업무가 있기는 하지만 한국처럼 법으로 못 박아둔 감리 제도는 없습니다.”

인천 검단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로 부실 공사 문제를 취재할 때 한 건설 업체 대표가 한 말이다. 설계나 시공 혹은 발주자가 건축물 품질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기에 감리 업무를 분리해두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자동차 회사나 전자 기기 회사가 자체 브랜드 상품에 대한 품질을 다른 기관에 맡기지 않듯 말이다.

실제 해외에서 한국과 같이 설계·감리·시공을 제도적으로 분리한 국가를 찾아보기 어렵다. 미국은 시공사가 수행 공사에 대해 자체적으로 감리하도록 하고 있으며 독일은 설계자가 감리까지 담당하도록 하고 있다. 일본도 민간 공사의 경우 설계자가 감리 업무를 수행한다.



한국에 지금과 같은 감리 제도가 자리 잡게 된 것은 1994년 ‘책임감리제도’를 시행하면서부터다. 1990년대 대형 건설 사고가 연잇자 정부는 감리원의 지위를 공사 감독자 수준으로 격상하고 시공·설계사 견제 권한을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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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을 정도로 강력한 감리 제도를 보유했지만 한국에서 붕괴 사고가 끊이지 않는 것은 전관 카르텔 등 제도가 작동하지 못하게 막는 요인이 남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외에도 평당 용역비가 2000원 밖에 되지 않는 구조설계사의 낮은 처우, 숙련공이 사라진 골조 공사 현장 등 구조적인 문제가 건설 산업 내에 산적해 있다.

부처와 기관을 막론하고 부실 공사를 막기 위한 제도 개선을 약속하지만 현장에서는 제도가 부족해 발생한 문제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글로벌 경영 컨설팅 회사 맥킨지는 2017년 기준 한국 건설업의 디지털화 수준이 6%로 제조업(28%)은 물론 농업(10%)보다 낮다는 보고서를 냈다. 제도 강화보다 오히려 표준화와 디지털화에 힘써 수요자들의 정보 접근성을 높여주고 경험이 부족한 골조 공사 근로자가 손쉽게 작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방식에도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한민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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