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우리금융지주(316140) 회장으로부터 ‘기업금융 명가 부활’의 특명을 받은 우리은행이 2027년 기업대출 점유율 1위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50대50 수준인 기업대출과 가계대출 비율은 2026년 말까지 60대40으로 재편한다. 다만 일각에서는 신성장 동력 발굴에 대한 고민은 보이지 않고 점유율 쟁탈을 위한 과열 경쟁만 부추길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7일 서울 중구 본점에서 ‘기업금융 명가 재건을 위한 전략 발표회’를 열고 이 같은 목표를 제시했다. 현재 우리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135조 7000억 원으로 4대 시중은행 가운데 점유율이 가장 낮다. 우리은행은 2025년 기업대출 점유율 2위에 올라선 후 2년 뒤인 2027년 237조 9000억 원을 실현해 1위에 오른다는 전략이다. 그중 대기업 부문 대출은 매년 30%, 중소기업 부문은 매년 10% 성장을 추진한다.
강신국 우리은행 기업투자금융부문장은 “기업금융에 강한 역사적 전통과 전문 역량을 바탕으로 기업에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경제 활력 제고라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은행이야말로 진정한 ‘기업금융의 명가(名家)’”라며 “금융의 중개 기능을 강화해 기업 성장을 이끄는 등 경제발전에 기여하고 미래 금융시장을 선도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목표 달성을 위해 우리은행은 △미래 성장 산업 지원 확대 △차별적 미래 경쟁력 확보 △조직·인사 등 최적 인프라 구축이라는 3대 추진 방향을 설정했다. 세부적으로 대기업 여신 증가를 위해 11개 기업 주채권은행으로서의 역할을 강화하고 2027년까지 대기업 여신을 약 15조 원 증대한다. 중견기업에 대해서는 정부와 협력해 2028년까지 300개 기업에 총 4조 원을 지원한다. 또 방산·2차전지·반도체 등 신성장 산업에도 매년 4조 원의 금융 지원을 하기로 했다. 공급망 금융 플랫폼 ‘원비즈플라자’ 고도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항공 결제 시장 진출 등 신(新)수익 모델 발굴도 추진한다. 이밖에 성장기업영업본부·비즈프라임센터 등 기업 특화 채널을 신설하고 기업금융 전문 인력의 인사 관리를 소관 사업 그룹으로 이관하며 현장 중심의 인사 체계를 강화했다.
강 부문장은 “취약한 자본 비율 때문에 지난 몇 년 동안 기업대출 확장에 어려움이 있었고 그 사이 경쟁 은행은 기업 부문에서 공격적으로 자산을 증대해왔다”며 “출발이 늦었지만 앞으로 적정자본비율을 유지해 연 6%대로 자산을 늘려 2027년까지 총 30조 원 성장을 달성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새로운 영역 개척 없이 기업대출을 확대하겠다는 우리은행의 전략이 결국 타 은행과의 과열 경쟁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도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다. 정부 시책에 맞춰 기업대출 규모 목표치만 늘리고 관련 조직과 인력을 쥐어 짜는 방식으로 다른 은행들과 파이 나눠 먹기 경쟁만 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강 부문장은 “11개 기업의 주채권은행으로서 (타 은행 대비) 기업에 대한 정보가 많다”며 “상대적으로 비교 우위에 설 수 있어 보다 효율적이면서 건전한 여신을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부가가치가 높은 신성장 사업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이에 발맞춰 지속해서 새로운 영역을 관심 갖고 보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