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주거 안정을 위한 주택 상품인 도시형생활주택과 오피스텔의 공급이 가파르게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소형 주택의 준공 기간이 짧은 만큼 당장 내년부터 공급 부족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주택 수 산정 시 이들을 제외하고 임대 규제를 과감히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7일 국토교통부 통계누리에 따르면 서울 ‘도시형생활주택’의 1~7월 인허가 물량은 1910가구로 전년 동기(7808가구) 대비 75% 넘게 감소했다. 같은 기간 서울 주택 인허가 물량이 지난해 2만 8200가구에서 1만 8536가구로 줄며 34%가량 줄어든 것보다 더 큰 폭으로 감소한 것이다. 5월과 6월에는 2013년 2월부터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래 처음으로 서울 도시형생활주택 인허가 건수가 ‘0건’을 기록하기도 했다.
도시형생활주택은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정부가 2009년 도입한 주택 유형이다. 1~2인 가구를 대상으로 1가구당 전용면적 85m² 이하, 300세대 미만으로 구성된다. 세대수·층수 등에 따라 다세대나 연립, 아파트로 분류가 가능하다. 통상 ‘빌라’와 유사한 형태다.
도시형생활주택은 소음 보호 기준, 조경, 주차 대수 등 건축 기준이 까다롭지 않아 그동안 서울 전체 주택 공급 물량의 4분의 1 이상을 담당해왔다. 하지만 올해 7월 그 비중도 10분의 1로 급감한 상태다. 도시형생활주택은 2019년 29%, 2020년 31%, 2021년 24%, 2022년 27%를 차지했다.
주택공급 통계에 잡히지 않는 오피스텔도 공급 물량이 감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 오피스텔 입주 물량은 총 1만 3067실로 2022년 1만 3955실보다 소폭 감소했다. 2019년 1만 9231실에서 2020년 2만 2156실로 증가한 뒤 2021년 2만 187실을 기록하는 등 3년 연속 감소세다.
개발 업계에서는 비(非)아파트 공급이 급감한 배경으로 수요 위축을 꼽고 있다. 임대사업자들이 월세 수익을 위해 구매하는 경우가 보편적인데 전세사기 불안감으로 임차인 모집이 어렵고 주택 수에도 포함돼 불이익이 많다 보니 수요가 급감했다는 것이다. 소형 주택을 주로 공급해온 한 디벨로퍼 관계자는 “1%라도 수익이 난다면 사업을 하겠지만 현 상황은 그렇지 못해 업계를 떠난 사람들도 많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소형 주택의 준공 기간이 짧은 만큼 당장 내년부터 공급 부족 여파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김승배 부동산개발협회 회장은 “1~2년 내로 준공이 가능한 도시형생활주택 등 비아파트 공급이 급감하며 내년부터 1~2인 주거 안전성이 떨어질 수 있다”며 “아파트로 수요가 몰려 집값을 교란하는 촉매제가 될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공급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형 주택에 대한 임대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주택법상 도시형생활주택은 공시가격 1억 원 이하 또는 전용 20㎡ 이하이면 무주택으로 간주돼 주택 수에 산정되지 않지만 이를 초과하면 주택 수에 포함된다.
오피스텔도 2020년 8월부터 주택으로 보고 세법을 개정하며 각종 주택 관련 세금이 과세되고 있다. 정부는 올해 초 아파트에 대한 대출·세금 규제를 대폭 완화시켰으나 오피스텔은 여전히 예외인 상황이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역세권 청년주택 등 서민 주거 공급 속도를 높이는 동시에 임대사업자들이 원활하게 주택을 공급할 수 있도록 해당 유형을 주택 수에서 제외하거나 세금을 감면해주는 등의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