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인텔·구글 등 미국 주요 반도체 및 인터넷기술(IT) 기업의 임원들을 대거 동원해 베트남 방문길에 올랐다.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 입지 좁히기’에 박차를 가하는 미국이 베트남과의 외교 관계를 격상하는 데 이어 베트남의 숙원 산업인 반도체 관련 기술 지원을 통해 결속을 강화하려는 모습이다.
로이터통신은 9일(현지 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바이든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 기간인 11일 인텔·글로벌파운드리·앰코테크놀로지·마벨테크놀로지·보잉·구글 등이 하노이에서 열리는 비즈니스 회의에 참석한다”고 보도했다. 회의에 참석하는 명단에는 베트남 최대의 정보통신기술(ICT) 업체인 FPT를 비롯해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등 양국의 기업 고위 임원과 행정 관료 30여 명이 포함됐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베트남 방문에서 양국의 핵심 의제는 반도체 산업 협력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번 회의 참가 기업 중 일부는 베트남에 이미 투자했거나 투자 계획을 발표한 곳이다. 베트남 남부 호찌민에 세계 최대의 조립·테스트 공장을 세운 인텔은 올해 하반기 10억 달러(약 1조 3370억 원) 추가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앰코는 북부 박닌성 공장에 16억 달러를 투자해 연내 가동할 예정이며 마벨 역시 IC디자인센터를 설립하고 투자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 자체 반도체 생산 공장을 세우겠다는 오랜 야심을 가진 베트남 정부 입장에서 미국과의 기술 협력은 크게 환영할 일이다. 베트남 정부는 최근 삼성전자·인텔·퀄컴 등에 첫 팹(반도체 생산 공장) 건설을 위한 조언을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의 교역도 확대되고 있다. 올해 들어 베트남은 대미(對美) 반도체 수출국 가운데 말레이시아·대만에 이어 3위 국가로 부상했다. 베트남 정보통신부에 따르면 베트남의 대미 반도체 수출량은 2월 기준 5억 625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7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중국의 경우 2억 2550만 달러로 8% 감소했다. 지난해 베트남의 대미 전체 수출액 역시 전년 대비 13.6% 늘어난 1093억 9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미국은 세계 첨단산업 공급망에서 중국을 견제하려는 목적으로 베트남과의 관계 개선에 적극 나서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응우옌푸쫑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을 만나 양국 관계를 ‘포괄적 동반자’에서 ‘전략적 동반자’로 격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양국이 최고 수준인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을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비동맹을 표방하는 베트남이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은 나라는 한국·인도·중국·러시아 등 4개국뿐이다. 양국은 관계 격상 후 인공지능(AI) 산업 협력에도 나설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는 미국 관리를 인용해 “베트남과의 공식적인 관계 격상 시 구글이 주요 플레이어인 AI 분야에서 (양국의) 협력을 도울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미국은 앞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인도·브라질 등 7개국과 전 세계에 친환경 연료를 보급하는 글로벌 바이오 연료 동맹을 맺었다. 동맹에는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 해상 실크로드) 구상에 연관된 이탈리아·아랍에미리트(UAE) 등도 포함됐다. 블룸버그통신은 “동맹은 G20 의장국인 인도의 주요 우선 과제였다”며 “바이오 연료 무역에서 전 세계 시장을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