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자가 채무자를 대신해 다른 채권이 시효로 소멸했다고 배당이의를 하는 경우에도 제기해야 할 소송은 '배당이의'라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대부업체 A 사가 농협중앙회를 상대로 낸 배당이의 소송에서 원심의 각하 판결을 깨고 지난달 사건을 전주지법에 돌려보냈다.
이 소송은 구상금 지급을 위해 경매에 부쳐진 부동산의 배당액을 둘러싼 사건이다. 경매 과정에서 농협중앙회에 6395만 원을, A 사에는 361만 원이 배당됐다. A 사는 농협중앙회 채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됐으므로 1943만 원은 자사로 배당돼야 한다고 이의를 제기하고 소송을 냈다. 대법원 판례상 채권자는 독자적으로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할 수 없고, 채무자의 지위를 대신해서만 가능하다. A 사가 채권자이면서도 일부 채무자의 법적 지위를 대신하게 된 셈이다.
이에 따라 제기할 수 있는 소송의 형태가 달라진다는 것이 재판의 쟁점이었다. 민사집행법을 이 사건에 대입하면 채권자인 A사는 농협중앙회에 '배당이의 소송'을 제기해야 하지만 채무자는 '청구이의 소송'을 내야 한다. 1·2심은 A 사가 소멸시효를 주장한 만큼 채무자의 지위를 대신해 이의를 제기한 것이라고 봤다. 따라서 청구이의 소송을 제기했어야 했는데 배당이의 소송을 냈으므로 소송 자체가 부적법하다고 판단해 각하했다.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소멸시효 완성 주장과 무관하게 채권자가 다른 채권자의 배당에 이의를 제기할 때는 배당이의 소송을 내는 것이 맞는다고 봤다. 대법원은 "A사는 농협중앙회를 상대로 배당이의 소송을 제기하고, 그 소송의 공격·방어방법으로서 채무자를 대위해 소멸시효 완성 등의 주장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