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국고채금리가 10년물 등 장기물은 미국 국채금리를 따라가지만 1·3년물 등 단기물의 경우 국내 통화정책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더 크게 받는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다만 10년물 금리가 한은의 기준금리 동결 기조와 무관하게 계속 상승할 경우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금리나 정부 조달금리 등이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
11일 한국은행 금융시장국이 발표한 ‘한미 금리 동조화 현황 및 평가’에 따르면 최근 미국 국채금리 영향을 실증 분석한 결과 이번 금리 인상 사이클에서 장기물일수록 미국 국채금리 영향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올해 들어 중·단기물을 중심으로 미국 국채금리 영향이 낮아지면서 한미 금리 동조화의 만기별 차별화 현상이 발생했다.
한은의 분석 결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등 주요국에서 급격한 금리 인상이 이뤄졌던 지난해에는 한미 금리 동조성이 크게 강화됐다. 10년물은 물론이고 1년물과 3년물에서도 상관계수가 장기 평균을 크게 상회하는 0.97~0.98로 높아졌다. 반면 올해는 10년물이 0.93으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었으나 1년물 이하 단기물은 상관계수가 0.6 정도로 상당 폭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2월 한은이 금리를 동결한 후 정책금리 격차가 100bp(1bp=0.01%포인트) 확대되는 동안 1년물과 3년물이 각각 63bp, 27bp 벌어진 반면 10년물은 8bp에 그쳤다.
중·단기물에서 동조화 현상이 줄어든 것은 한미의 실물경제 여건, 통화정책 기대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미국은 한국과 달리 상대적으로 양호한 성장세와 물가 재상승 위험 등이 있기 때문에 정책금리가 추가 인상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한은은 한미 금리 동조화 현상이 중·단기물에 미치는 영향이 줄어들면서 국내 통화정책 파급 경로가 대체로 유효하게 작동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국내에서는 가계·기업 대출금리가 1년 이하 단기금리에 연동되는 변동금리 비중이 높고 회사채·은행채 등 발행 만기도 3년물 이하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다만 국내 장기금리는 여전히 미국 국채금리와 동조성이 높아 우려된다. 이와 연계된 일부 대출금리, 은행채·회사채금리 등은 미국 국채금리 상승에 일정 부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특히 10년물 국고채금리가 정부 조달금리인 만큼 정부 부담도 커질 수 있다. 정책 모기지 등으로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비중이 확대될수록 미국 국채금리 영향도 커질 수 있다.
한은 관계자는 “연준의 통화정책 기대 변화로 미국 국채금리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며 “국내 금리에 미치는 영향도 커질 수 있는 만큼 미 국채금리 움직임에 따른 영향을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